'여행금지국' 확 늘린 美…한국은 피해갔다

英·佛·獨 등 129개국 여행 못가
韓은 2단계 '주의 국가'로 남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정부가 여행금지 국가를 대폭 늘렸다. 자국민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여행할 때 주의해야 하는 2단계 국가로 남아 ‘여행금지국’ 지정은 피했다.

21일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여행경보가 조정된 208개국 중 여행금지국에 해당하는 4단계 국가는 129개국에 이른다. 기존 34개국에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앞서 국무부는 세계 국가의 80%(160여 개국)가 금지국에 포함되도록 명단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다.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이 대부분 4단계 국가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한 브라질과 미국 인접 국가인 캐나다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됐다. 아시아에선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 포함됐다.

국무부는 자국민에 대한 여행경보를 4단계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 사전주의(1단계), 강화된 주의(2단계), 여행 재고(3단계), 여행 금지(4단계) 순이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다고 미국인이 여행을 가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인의 해당 국가 방문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여행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다.

한국은 2단계 국가로 계속 남게 됐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검사가 잘 이뤄지는데다 미국인 입국에 별다른 제약이 없는 것 등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일본은 3단계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인도는 올 2월 16일 바뀐 2단계가 유지됐다.미 국무부는 이전에도 테러나 전쟁 등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 러시아, 이란, 미얀마, 아프가니스탄 등을 여행금지국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해당 명단이 코로나19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정한 4단계 국가는 141개국에 달한다.

백신 접종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빗장을 걸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여행금지 국가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은 사람은 지난 20일 기준 인구의 40.1%인 1억3326만 명에 이른다. 만 18세 이상 성인의 51.1%가 백신을 맞았다.

이지현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