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비 신혼부부 대출자금 증발…대전 10억대 '전세 사기'

"집주인이 선순위 보증금 거짓 정보로 계약"…경찰 수사
대전 지역 다가구 주택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실제보다 낮게 말해 전세 입주자들을 안심시킨 뒤 보증금 10억여원을 가로챘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역 한 소규모 업체에서 일하는 20대 후반의 A씨는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정부의 중소기업취업 청년 전·월세 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 보증금 1억여원을 마련한 뒤 2019년 4월께 대전 한 다가구 주택 건물주 B씨와 2년 계약을 했다.

계약 당시 A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해당 건물 근저당은 6억6천만원이고, 선순위 보증금은 6천만원'이라는 점을 구두로 확인받았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10억원을 훌쩍 넘는 주택 감정가액을 고려할 때 경매 등 문제가 생겨도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A씨는 그러나 실제로 최근 주택 건물이 담보권 실행 경매(임의 경매)에 넘어가면서 계약 과정에서 속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제가 계약할 당시 선순위 보증금은 6천만원이 아닌 약 3억3천500만원이었다는 점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선순위 보증금을 터무니없이 낮춰 거짓말한 뒤 계약을 유도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재 A씨는 계약 만기일이 오는 다음 달 초순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담보 대출과 전세 보증금이 건물 매매가를 웃도는 이른바 '깡통 전세 사기'로, 문제는 이 주택 14가구 중 A씨를 포함한 10가구(임차인 10명)가 같은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10명은 모두 사실과 다른 선순위 보증금 명세와 전·월세 현황 정보를 안내받았다고 했다.

이들이 낸 전세 보증금 규모는 12억1천만원이다. 원룸 또는 투룸인 해당 주택 특성상 임차인은 대부분 갓 취업한 청년이거나 예비 신혼부부 등 20∼30대로 파악됐다.

A씨는 "보증금을 날리면 (임차인) 대부분 생활에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이라며 "건물주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부동산 폐업 등으로 연락이 잘 안 되는 상태"라고 호소했다.

A씨 등은 최근 경찰에 B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일부 고소인은 중개업자 연루 여부까지도 의심하며, 이에 대한 수사도 요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소인 조사를 진행한 상태"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