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류현진 문자 받아…"콜업 축하해" "잘 던졌어"(종합)

MLB 데뷔전서 오타니·트라우트 상대하고 "재밌었다"
좌완 투수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처음 오른 날, 빅리그 선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양현종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에인절스와 벌인 홈 경기에서 4-7로 밀린 3회초 2사 2, 3루 상황에 구원 등판해 4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텍사스와 계약하고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양현종의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양현종은 "휴대전화를 봤는데 문자가 많이 왔지만 답장을 못 했다"면서도 "(류)현진이 형한테서도 2개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콜업 축하한다고, 또 잘 던졌다고 해줬다"며 류현진이 보낸 메시지 내용을 소개했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가 둔부에 통증을 느껴 3⅔이닝(무실점)만 던지고 내려왔다.

일단은 큰 부상은 아니라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양현종은 "형의 부상이 얼른 나았으면 좋겠고, 저도 꿈의 무대에서 더 열심히 더 많이 던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현종의 데뷔 등판 상대는 메이저리그 팀 타율 2위(0.267)를 달리는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였다.

투수 겸 타자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오타니 쇼헤이, 마침 이날 부상에서 돌아온 마이크 트라우트와 앤서니 랜던, 빅리그 역대 5번째로 많은 홈런을 기록 중인 앨버트 푸홀스 등 강타자들이 양현종과 상대했다. 정신없이 빅리그에 입성하자마자 트라우트 등 메이저리그의 간판타자들을 상대한 소감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양현종은 "택시 스쿼드에 있으면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많이 봤다.

그래서 크게 긴장한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팬들 앞에서 던진 것이 오랜만이라 재밌게 했다"며 "상대가 누구든 제 볼을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까지 별 이야기가 없어서 당연히 마이너리그에서 준비하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구단 직원이 대기하라고 하더니 오후 2시쯤 축하한다며 야구장으로 오라고 했다"고 데뷔 직전의 상황을 설명했다.

'첫 등판이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현지 취재진 평가에 양현종은 "한국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새로운 도전을 했는데 처음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래야 구단과 팬들이 좋아해 주고 믿어주신다"고 데뷔를 앞두고 했던 각오를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제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안타를 많이 맞긴 했지만 첫 등판치고는 너무 재미있게 잘 던지고 내려온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는 말 그대로 꿈의 무대"라며 "한 번 마운드에 올라간 게 아니라 앞으로 자주 던져서 팬, 구단, 선수들에게 좋은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양현종은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양현종은 "캠프 때부터 투수 코치님들이 커브가 좋다고 많이 칭찬하셔서 커브를 많이 연습했는데, 오늘은 커브를 한 개도 안 던졌다"며 "앞으로 등판할 때는 더 많은 구종을 던져서 타자들이 힘들어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4회초 재러드 월시의 직선타를 직접 잡아낸 양현종은 푸홀스의 뜬공을 잡은 중견수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호수비 도움도 받았다.

둘 중 어느 수비가 더 좋았냐는 물음에 양현종은 "제가 더 잘 잡지 않았을까요"라며 웃었다.

이어 "제 공 스피드가 빠르지 않아서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서 그런 그림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현종은 지난달 30일 마지막 시범경기를 치르고 실전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원정 경기 예비 선수 명단인 '택시 스쿼드'에 들어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늘 준비했던 것처럼 데뷔전에서 노련한 투구를 했다.

양현종은 "팀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코치님이 컨디션을 체크해주셨다.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라이브 피칭을 해야지 않겠냐고 말씀해주셔서 틈틈이 마운드에서 던지며 경기 감각을 찾은 덕분에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양현종은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2⅔이닝 2실점으로 부진했던 기억을 완전히 떨친 모습이었다.

그는 "저에게 그날 하루는 없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날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힘들어하는 양현종을 잘 붙잡아준 사람들도 있었다.

양현종은 "60일 넘게 있는 동안 항상 옆에 계셔준 손혁 전 (키움) 감독님과 에이전트인 최인국 (스포스타즈) 대표님이 정말 힘과 용기를 얻게 도와주셨다"며 "꿈의 무대를 밟은 만큼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전에서 아쉬움도 한 가지 남는다고 양현종은 털어놨다.

그는 "추가 실점을 안 했더라면, 팀이 당연히 쫓아오고 역전 기회가 생겼을 것이다"라며 '2실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잘했다고 축하해주지만, 팀 패배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전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