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접종자 사후관리 어떻게?…백신 맞고 실신한 70대 방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75세 이상 고령자가 숨지거나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고령 접종자의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가 적어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고창에 사는 A(79)씨는 75세 이상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난 15일 백신을 접종한 당일 쓰러져 이틀 뒤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고창군 무장면사무소는 접종 후 A씨에게 세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충남 홍성에서도 지난 24일 화이자 백신을 맞은 80대 고령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홍성군 공무원들은 백신 접종 후 사흘간 홀로 지내는 사망자의 건강 상태를 전화로 확인했지만, 4일째 되는 날 숨졌다.두 사고 모두 아직 정확한 행정상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75세 이상 고령 접종자를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 수가 관리 대상과 비교해 너무 적다는 게 근원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전북의 75세 이상 고령 접종 대상자 수는 16만9천863명, 담당 공무원 수는 600여명에 불과하다.담당 공무원당 관리 대상이 280여명에 달하는 셈이다.

전주시의 경우만 봐도 75세 이상 고령 백신 접종 희망자가 2만9천558명인 것에 반해 모니터링 담당자는 107명이다.

전북 234개 읍·면·동에는 각각 2∼3명의 전담 공무원이 배치돼 있지만, 고령 접종자를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충남 지역 75세 이상 백신 접종 대상자는 모두 18만3천746명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고령 접종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백신 접종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전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있다.

전남의 경우도 비슷한 실정이다.

전남 지역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는 모두 20만5천명으로 접종 동의자는 85% 수준이다. 도내 22개 시군별로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접종은 주 단위로 공급되는 화이자 백신 물량에 맞춰 시군 읍면동별로 이뤄지고 있다.

대체로 센터별로 하루 평균 600명 정도 접종을 하고 있는데 접종 인력은 1센터당 의사 4명 간호사 8명으로 이뤄진 접종팀이 접종센터에서 이상 반응을 체크한 후 귀가시킨다.

귀가 후 관리는 본인이나 가족에게 이상 반응이 생길 경우 신고를 당부하는 선이다.

경북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담당 지역의 이장 등 민간 조직을 활용해 고령 접종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각 읍면동사무소 직원들은 고령의 어르신들이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장에게 매일 백신 접종자들의 현황을 알려주고 이상 여부를 파악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접종 업무로 일손이 부족하고, 담당자의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이어서 타 부서의 일손을 빌리는 식으로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실정이다.

홍성군 관계자는 "원래는 읍면동 직원들이 백신 사후관리 업무를 맡았지만,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모든 직원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원래 하던 일도 해야 하고 백신 접종 업무에 사후 관리까지 하기엔 인력이 아주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도 "각 읍면동에 담당 공무원이 있지만, 백신 접종 동의서 접수와 이동 지원 업무, 사후 관리까지 담당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물론 읍면동에서도 담당자 외에 전 부서 직원이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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