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이정현 vs 김승기·오세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옛 감독-코치, 팀 동료 사이였지만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
빨라야 5월 9일 시즌 종료…역대 가장 늦게 끝나는 시즌 기록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영원한 단짝'일 줄 알았던 이들이 올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사이가 됐다. 3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리는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1차전 전주 KCC와 안양 KGC인삼공사 시리즈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서로 얽힌 인연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 알려진 대로 KCC 전창진(58) 감독과 인삼공사 김승기(49) 감독은 용산고 선·후배를 시작으로 감독과 선수, 감독과 코치로 이어진 인연의 역사가 오래됐다.

실업 삼성전자에서도 한솥밥을 먹었고, 김승기 감독이 선수 때인 2002-2003시즌(원주 TG)과 2005-2006시즌(원주 동부) 전창진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또 2006-2007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동부에서 김 감독이 코치를 맡아 전 감독을 보좌했고, 2009-2010시즌부터 6년간 부산 kt에서도 감독과 코치로 함께 했다.
이들은 2015-2016시즌부터 인삼공사에서도 함께 할 예정이었으나 당시 전창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2015년 4월 취임 후 넉 달 만에 사퇴하면서 '감독-코치' 인연 10시즌을 채우지는 못했다.

전 감독은 KBL 미디어가이드북에도 기록이 남지 않았지만 2015년 자신에게 지휘봉을 맡겼던 인삼공사를 상대해야 하고, 김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말한 것처럼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주신 분'인 전 감독의 2007-2008시즌 이후 13년 만에 우승 도전을 가로막아야 한다.
KCC 이정현(34·191㎝)과 인삼공사 오세근(34·200㎝)도 2016-2017시즌에는 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함께 했던 사이다.

둘은 2011-2012시즌에도 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합작했고 이번에 자신들의 세 번째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서로 '적'으로 마주 서게 됐다.

2011-2012시즌과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는 모두 오세근 차지가 됐다. 오세근이 또 챔피언결정전 MVP가 되면 양동근(은퇴)에 이어 두 번째로 챔피언결정전 MVP 3회 수상자가 된다.

이정현은 팀내 에이스로 해줘야 할 역할이 더 커졌다.

정규리그 MVP 송교창이 발가락 통증으로 인천 전자랜드와 4강 플레이오프 1∼3차전에 결장하는 등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6-2017시즌 우승 직후 오세근과 이정현은 모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는데 오세근은 인삼공사에 잔류한 반면 이정현은 KCC로 이적했고 이번이 첫 포스트시즌 맞대결이다.

KCC 라건아와 인삼공사 제러드 설린저의 매치업, 정규리그 최소 실점(77.4점)인 KCC와 플레이오프 최소 실점(73점)의 인삼공사의 수비 대결 등도 팬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역대 가장 늦게 끝나는 시즌이 됐다. 종전 기록은 2016-2017시즌의 5월 2일 종료였고, 이번 시즌은 3일에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돼 4-0으로 끝나도 9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봄 농구'를 넘어선 '초여름 농구'까지 진행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