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주도 외친 송영길, 청와대에 '읍참마속’건의할까

당 "결정타 없다" 방어막 속 곤혹…말 아낀 宋 "상황보고 잘 들어보겠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를 제외한 5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 '고민의 시간'이 시작됐다. 새 지도부 출범 후 치러진 첫 청문회에서 국민의 눈높이 부응과 야당과의 협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과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감과 현실론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점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한 모양새다.

송 대표로선 취임 후 첫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청문회를 마친 뒤 임혜숙(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해양수산부)·노형욱(국토교통부) 등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린 상태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는 후보자들을 낙마시킬 정도로 심각한 결격 사유는 없다고 방어막을 치고 있다.

원내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결격 프레임을 잡고 들어와서 그렇지, 의혹 내용을 건건이 보면 문제 삼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냥 '묻지마 엄호'에 나서기에는 속내가 복잡하다. 아파트 다운계약과 위장전입 등 다수의 의혹이 제기된 임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힘으로부터 '여자 조국'이라는 딱지까지 붙었다.

박 후보자에 대해선 배우자의 도자기 밀수 논란에 대한 시선이 따갑고, 노 후보자는 주거정책의 책임자라는 점과 '관테크(관사 재테크)' 논란이 맞물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가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고민의 지점이다. 특히 4·7 재보선 참패 후 쇄신을 외치며 등장한 새 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야당 등의 반대를 무시하고 또다시 청문보고서 단독처리를 강행할 경우 일방독주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거수기 여당'으로 돌아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급 인사 29명이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된 상태로, 야권에서는 "30번째 야당 패싱을 이어갈 것이냐"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송 대표가 야당의 낙마 1순위 타깃인 임 후보자를 포함해 일부 후보자에 대해 '읍참마속'을 건의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당이 주도권을 갖는 당·정·청 관계 재정립을 표방해왔으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며 외연 확장 행보에도 적극 나서왔다.

다만 집권 여당으로서 자칫 임기말 국정동력을 약화,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과 낙마시 적당한 대안을 물색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인사 문제에서 섣불리 나섰다가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송 대표가 친문 최고위원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부적격' 후보자에 대한 거취 결정 문제가 지도부내 균열과 당청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안이 있어야 반대 목소리를 낼 텐데, 지금 사람을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집권당도 똑같이 하고 있다"며 "정말 대통령의 측근이라면 읍참마속을 건의할 수 있겠지만 지금 논란이 되는 후보자들은 어려운 가운데서 적임자라고 고른 관료나 교수 출신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여론의 추이와 각 상임위의 논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송 대표는 이날 관악구의 아동복지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황에 대한 보고를 잘 들어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