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100일] ② 통합정부 대통령 대행 인터뷰

"소수민족 반군, 시민방위군 창설 도움"
연합뉴스와 한국언론 첫 인터뷰 "연방군 창설시 내전…'제2의 시리아' 결과는 다를 것"
"아세안 합의, 실질적 변화 가져올 수 없어…한국, 통합 정부를 인정해 달라"
대통령 대행으로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B)를 만 윈 카잉 딴 총리와 함께 이끄는 두와 라시 라 부통령이 "소수민족 무장조직들이 시민방위군(People's Defence Army) 창설에 도움을 줬다"며 연방군 창설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라시 라 부통령은 군부 쿠데타 100일을 맞아 지난 8일 연합뉴스와 가진 한국 언론 첫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민방위군은 미얀마 군사정권의 유혈 진압에 맞서기 위해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합해 창설을 추진 중인 연방군(Federal Army)의 사전 단계다.

NUG는 시민방위군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서부 사가잉 및 중부 마궤 지역, 그리고 북부 친주 등의 시민저항군과, 반군 캠프에서 군사 훈련을 받는 미얀마 청년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시 라 부통령이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지원 사실을 공개한 만큼, 이들이 무장투쟁을 위한 병력 및 무기 지원 또는 군사훈련 등의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연방군 창설에 한층 속도가 붙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연방군 창설 의지를 강조하면서, 이 경우 전면적 내전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라시 라 부통령은 "그런 면에서 미얀마는 제2의 시리아가 될 것이지만, 시리아와 미얀마 사태의 정치적 맥락은 다르기 때문에 내전의 규모와 기간, 결과도 시리아와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낙서를 한 학생들에 대한 가혹행위를 계기로 일어난 반정부 시위가 이후 무장 투쟁으로 바뀌며 내전이 발발한 시리아는 10년이 지난 현재 몇 조각으로 쪼개진 채 외세의 입김에 휘둘리는 처지가 됐다.

내전 초기 실각 직전까지 내몰린 알아사드 대통령은 2015년 러시아가 개입하며 전세를 뒤집어 현재는 반군을 북서부 이들립 일대에 몰아넣는 등 승기를 굳힌 상태다. 26일 대선에서도 사실상 집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시 라 부통령은 '폭력 즉각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결과와 관련해서는 군부는 여전히 시민들을 죽이고 있다고 개탄하면서 "실현 가능하고 실질적인 어떠한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편 라시 라 부통령은 NUG의 최우선 과제는 국제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면서, 한국도 NUG를 미얀마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라시 라 부통령과의 일문일답.

-- 5월11일이면 군부 쿠데타 100일째다.

반군부 민주진영 입장에서 평가를 한다면.
▲ 아직 성공하지 못한 쿠데타 시도에 불과하다.

군부가 수도 네피도에서는 권력을 장악했지만, 나라 전체로는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은 민간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고문하는 데만 능력을 발휘한다.

1천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더 많은 사람이 체포되고 고문을 당했다.

군대의 잔혹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만큼, 우리는 여러 전략을 통해 그들을 끌어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4월24일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폭력 즉각 중단 등 5가지 합의가 이뤄졌다.

그렇지만 군부의 살인행위는 계속되고 있는데.
▲ 군부 테러리스트들은 아세안 합의 후에도 평화적인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과 잔혹한 살인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아세안의 5개 합의사항 중 하나가 양측이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현장 상황은 이와 전혀 다르다.

시민들은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평화적인 시위를 할 뿐이다.

시민방위군을 만든 이유도 군부 폭력과 살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것이다.

아세안 정상회의가 취한 조치는 실현 가능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얀마 국민은 아세안 합의 사항 모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알 수 있다.

NUG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만 협상을 고려할 것이다.

-- 총리와 함께 NUG를 이끌고 있다.

NUG의 가장 시급한 목표는.
▲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군에 맞서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결성된 시민방위군이 완전한 의미의 강력한 군대가 되도록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 가장 큰 관심은 군부에 대항하기 위한 연방군 창설이다.

가능한가.

▲ 연방군 창설은 미얀마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실현하려는 계획을 세워왔다.

그러나 자원과 시간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군대를 만드는 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 연방군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각 주 지도자들과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연방군 창설 전에, 최근 소수민족 무장조직들의 도움을 받아 시민방위군(PDF)을 만들었다.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우리는 연방군을 창설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 부통령은 카친족이다.

현재 카친독립군(KIA)은 카렌민족연합(KNU)과 더불어 미얀마 군부에 대항해 가장 강경하게 싸우고 있다.

KIA도 연방군 창설에 동의한다고 보나.

▲ 연방군 창설은 카친독립기구/카친독립군(KIO/KIA) 뿐만 아니라 대부분 소수민족 무장조직들의 꿈이다.

또 '연방군'이라는 용어 자체가 그들의 정책과 정치적 열망에서 나온 것인 만큼, KIA가 이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연방군 창설은 군부와의 내전으로 봐야 하나.

제2의 시리아라는 우려도 있다.

▲ 우리는 70년 이상 내전을 겪어왔다.

하지만 그 내전은 일부 지역에 국한돼 왔다.

그렇지만 연방군 창설은 필연적으로 그 전쟁을 미얀마 전체로 확산시켜 전면적 내전으로 만들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미얀마는 제2의 시리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리아와 미얀마의 정치적 맥락은 다르기 때문에, 내전의 규모와 기간, 결과는 시리아와 다를 것이다.

전면적 내전 발발은 군사 정권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조처를 하라고 우리가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이유다.

-- 한국민들은 어느 나라보다 미얀마 사태에 우려하고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미얀마에 대한 한국민의 많은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NUG를 미얀마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해 줄 것을 대한민국에도 요청하고 싶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