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르포] TV뉴스, 시위 보도는 전무…군사정부 선전·협박만 넘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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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군영 2곳만 운영하며 군정 메시지 일방 전달…장군들 인사 소식 톱뉴스
"총선 부정에 군부가 결단" 억지 주장…쿠데타 100일째 뉴스서도 10여분간 할애
현금 부족에 "집 뒤져 나오면 잡아간다"…반군부 인사 공개수배 용도로 전락 약 100일 전인 2월1일 새벽 동도 트기 전에 미얀마 군부는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거짓 주장'을 명분으로 공공연히 내세웠다.
장갑차 등으로 의회 등 주요 관공서와 함께 방송국을 장악했다.
진실을 틀어막기 위해서였다. 결국 국민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인 TV 뉴스는 국영방송인 MRTV와 군부 방송인 MWD(먀와디) 두 곳만 내보내게 됐다.
군부가 장악하다 보니 미얀마 전역이 반군부 거리 시위로 들끓고 시민불복종운동(CDM)으로 정부 운영이 삐걱거리고 경제가 타격을 입을 때에도 TV 뉴스에서는 전국이 평온했고, 정부 운영과 경제는 차질없이 돌아갔다.
쿠데타 100일째를 맞이한 지난 11일 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서는 쿠데타 100일째를 맞아 군부에 계속해서 저항하겠다는 시민들의 다짐이 시위로 표출됐다.
특히 양곤에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군경의 진압을 우려해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플래시 몹' 형태의 시위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기타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모여 거리를 행진하며 반군부 손팻말을 흔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날 미얀마 TV에서는 이와 관련된 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얀마에서는 오후 8시에 시작해 30~40분쯤 이어지는 뉴스가 하루의 메인 뉴스다. 기자가 시청한 MRTV 저녁 8시 뉴스는 군사정권 신임 장관 3명에 대한 임명 소식으로 시작했다.
이윽고 군정 관계자가 작년 총선 부정의 증거라며 B4 용지 한 쪽짜리 선거인 명부를 들고나와 다시 한번 지루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가 반민주 진영이 주장하는 '권력 찬탈'이 아니라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거짓 주장을 100일이 지나서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 보도에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메인뉴스의 3분의 1 가량을 군사정권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할애한 것이다.
이 보도에 이어 군사정권 산하 각 부처의 회의나 활동 장면이 나왔다.
군사정부 홍보 시간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협박의 시간'이 이어졌다.
형법 505조 a항 위반 혐의로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교사 등을 구속하겠다는 군정 발표를 다시 한번 전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유포할 경우 최대 3년 형에 처할 수 있다.
협박만 가하지는 않는다.
반군부 시위에 참여하다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도망친 사람들에 대해서 특별한 잘못이 없다면 돌아올 경우, 별다른 처벌을 하지 않고 받아주겠노라며 선심 쓰듯 발표했다. 뉴스 마지막 시간은 최근 들어 매일 반복되는 수배자 명단 발표였다.
최근 잇따른 야간 관공서 폭발물 공격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이라며 이들의 사진과 신상도 공개했다.
이날 수배자를 세어보니 39명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이들이 해당 사건의 용의자라고 믿지 않는다.
통행금지가 철저한 상황에서 야간에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이들은 군경밖에 없고, 사건 현장에 부상자나 사망자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군경이 '손보고 싶은' 시민들을 옭아매려고 자작극을 벌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같은 시간에 방송이 된 군부 방송 MWD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군부 방송답게 군정 내 장군들 인사 이동을 뉴스 첫 꼭지로 자세하게 발표했다.
'군이 미얀마의 수호자'라는 군부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어 앵커는 집을 수색해서 2천만 짯(약 1천400만원) 이상의 현금이 발견되면 체포하겠다는 군정 발표를 전했다.
쿠데타 이후 시민들은 은행을 믿지 못해 예금 없이 인출 행렬만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다 보니 국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협박인 셈이다.
이어서는 MRTV와 비슷하게 폭발물 관련 뉴스가 나왔다.
다만 수배자가 아닌 구속자라는 게 다른 점인데, 폭발물을 제조했다거나 폭발물 공격을 주도한 용의자라며 구속한 7명의 사진과 죄목 등을 자세하게 내보냈다.
이 뉴스를 함께 본 미얀마 지인은 기자에게 "이 친구들은 반정부 거리 시위에 나선 이들인데, 시위가 없다는 듯 방송을 안하고 있으니 시위대라고는 못하고 폭발물 제조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잡혀간 시점이 한 달이 넘었는데 이제야 죄목을 만들어 억지로 갖다 붙이고 있다"고 혀를 찼다. 100일이 넘어간 쿠데타 사태 속에서 미얀마 TV뉴스는 '진실의 창'이 아니라, 거짓 선전과 협박의 장으로 갈수록 더 변질되고 있었다.
/연합뉴스
"총선 부정에 군부가 결단" 억지 주장…쿠데타 100일째 뉴스서도 10여분간 할애
현금 부족에 "집 뒤져 나오면 잡아간다"…반군부 인사 공개수배 용도로 전락 약 100일 전인 2월1일 새벽 동도 트기 전에 미얀마 군부는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이 부정선거였다는 '거짓 주장'을 명분으로 공공연히 내세웠다.
장갑차 등으로 의회 등 주요 관공서와 함께 방송국을 장악했다.
진실을 틀어막기 위해서였다. 결국 국민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접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인 TV 뉴스는 국영방송인 MRTV와 군부 방송인 MWD(먀와디) 두 곳만 내보내게 됐다.
군부가 장악하다 보니 미얀마 전역이 반군부 거리 시위로 들끓고 시민불복종운동(CDM)으로 정부 운영이 삐걱거리고 경제가 타격을 입을 때에도 TV 뉴스에서는 전국이 평온했고, 정부 운영과 경제는 차질없이 돌아갔다.
쿠데타 100일째를 맞이한 지난 11일 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미얀마 전역에서는 쿠데타 100일째를 맞아 군부에 계속해서 저항하겠다는 시민들의 다짐이 시위로 표출됐다.
특히 양곤에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군경의 진압을 우려해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플래시 몹' 형태의 시위가 이곳저곳에서 벌어졌다.
기타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시민들이 모여 거리를 행진하며 반군부 손팻말을 흔들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이날 미얀마 TV에서는 이와 관련된 소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얀마에서는 오후 8시에 시작해 30~40분쯤 이어지는 뉴스가 하루의 메인 뉴스다. 기자가 시청한 MRTV 저녁 8시 뉴스는 군사정권 신임 장관 3명에 대한 임명 소식으로 시작했다.
이윽고 군정 관계자가 작년 총선 부정의 증거라며 B4 용지 한 쪽짜리 선거인 명부를 들고나와 다시 한번 지루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가 반민주 진영이 주장하는 '권력 찬탈'이 아니라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거짓 주장을 100일이 지나서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이 보도에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메인뉴스의 3분의 1 가량을 군사정권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할애한 것이다.
이 보도에 이어 군사정권 산하 각 부처의 회의나 활동 장면이 나왔다.
군사정부 홍보 시간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본격적인 '협박의 시간'이 이어졌다.
형법 505조 a항 위반 혐의로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교사 등을 구속하겠다는 군정 발표를 다시 한번 전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유포할 경우 최대 3년 형에 처할 수 있다.
협박만 가하지는 않는다.
반군부 시위에 참여하다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도망친 사람들에 대해서 특별한 잘못이 없다면 돌아올 경우, 별다른 처벌을 하지 않고 받아주겠노라며 선심 쓰듯 발표했다. 뉴스 마지막 시간은 최근 들어 매일 반복되는 수배자 명단 발표였다.
최근 잇따른 야간 관공서 폭발물 공격사건에 연루된 용의자들이라며 이들의 사진과 신상도 공개했다.
이날 수배자를 세어보니 39명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들은 이들이 해당 사건의 용의자라고 믿지 않는다.
통행금지가 철저한 상황에서 야간에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는 이들은 군경밖에 없고, 사건 현장에 부상자나 사망자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군경이 '손보고 싶은' 시민들을 옭아매려고 자작극을 벌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같은 시간에 방송이 된 군부 방송 MWD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군부 방송답게 군정 내 장군들 인사 이동을 뉴스 첫 꼭지로 자세하게 발표했다.
'군이 미얀마의 수호자'라는 군부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어 앵커는 집을 수색해서 2천만 짯(약 1천400만원) 이상의 현금이 발견되면 체포하겠다는 군정 발표를 전했다.
쿠데타 이후 시민들은 은행을 믿지 못해 예금 없이 인출 행렬만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다 보니 국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협박인 셈이다.
이어서는 MRTV와 비슷하게 폭발물 관련 뉴스가 나왔다.
다만 수배자가 아닌 구속자라는 게 다른 점인데, 폭발물을 제조했다거나 폭발물 공격을 주도한 용의자라며 구속한 7명의 사진과 죄목 등을 자세하게 내보냈다.
이 뉴스를 함께 본 미얀마 지인은 기자에게 "이 친구들은 반정부 거리 시위에 나선 이들인데, 시위가 없다는 듯 방송을 안하고 있으니 시위대라고는 못하고 폭발물 제조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잡혀간 시점이 한 달이 넘었는데 이제야 죄목을 만들어 억지로 갖다 붙이고 있다"고 혀를 찼다. 100일이 넘어간 쿠데타 사태 속에서 미얀마 TV뉴스는 '진실의 창'이 아니라, 거짓 선전과 협박의 장으로 갈수록 더 변질되고 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