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軍급식] ②취사병 1명, 75인분 조리…예산 빠듯 질은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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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감독 부사관 없는 부대 많아…같은 돈으로도 급식 천차만별
예산 20% 올린다지만 '맛'은 뒷전…민간조리원 확충 등 대안필요 '똥국, 쉰내 나는 김치, 머슴밥, 시리얼 20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된 장병들이 최근 군의 부실 급식 실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해묵은 이슈인 '맛 없는 짬밥'이 부각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월급 인상과 휴대전화 사용 허용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장병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지자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번에 폭로된 일부 부대의 부실 급식은 지휘관이나 간부의 무관심, 배식 감독자 부재, 개인 기호 품목 취향 등 다양한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부대와 달리 알차고, 입맛 당기는 반찬으로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는 부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마다 급식 수준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급식 예산 책정부터 식자재 조달, 조리 인력 규모, 배식 등 전 과정에서 고질적인 허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 기준으로 병사 150명당 취사병(조리병)은 2명에 불과하다.
150명당 4명씩 배치되는 해·공군의 절반 수준이다.
취사병과 별개로 민간조리원이 있긴 하지만,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80∼300명 기준 1명이 편성되는 정도다. 영양사 보직은 아예 없다.
조리 경험이 없는 취사병 1명이 매일 75인분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상황이다.
취사병은 새벽같이 일어나 조식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말, 휴일에도 대체 인력이 사실상 없어 '월화수목금금금' 체제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맛있는 요리 레시피를 생각하고 연구할 틈은 고사하고 매일 중노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심신이 지친 취사병에 입맛 당기는 요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라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병력 감축으로 취사장의 병사를 빼낸다면 민간조리원을 그만큼 보충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다 병력 350여 명을 기준으로 배식을 관리·감독하는 급양 관리관(부사관)이 1명씩 편성되는데, 그 이하 규모 부대는 급양 관리관이 따로 없다.
다른 보직 부사관이 급양 관리관을 겸직하는 부대가 허다하다.
취사병과 민간조리원 등 개인 편차에 따라 조리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고, 배식을 관리·감독하는 부사관도 없는 상황에서 '정량 배식' 원칙이 늘 지켜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에 불거진 격리장병 부실 급식 문제는 열악한 취사 환경에 일선부대 지휘관과 간부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목소리가 군 내부에서 나온다.
최근 제보 홍수 속에서 '정상급식의 사례'라며 일부 부대에서 올린 인증샷을 보면 현행 급식 시스템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방예산이 52조 원을 돌파하는 데도 장병 복지의 기본인 급양 예산은 '쥐꼬리 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올해 기준 장병 1인당 책정된 급식비는 한 끼 2천930원, 하루 8천790원이다.
이마저도 2017년 7천481원에서 4년간 17.5% 정도 인상됐다.
군대 급식은 취사병들이 조리해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고, 식자재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납품받아 민간의 물가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 끼 2천930원은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 값에 못 미치는 데다 고등학생 한 끼 급식비(3천625원)의 80% 수준에 불과해 '적어도 너무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제한적인 급식비로 식비가 많이 소요되는 재료는 늘 빠듯하게 구매해야 하고, 장병들이 선호하는 고기류나 소시지, 자장면 등을 급식하는 날은 부족하기 일쑤다.
가령 자장면에 넣는 자장소스가 빨리 소진되는 날이면 고추장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로 일부 부대에서는 격리병사 도시락에 그날 부대에서 전체 제공된 메뉴 중 일부가 빠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량배식' 지침만 내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내년 기본급식비를 1만500원으로 19.5%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불용예산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라도 기본급식비 외에 자율운영부식비 등 관련 예산 인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 좋고 맛있는 급식을 위해서는 예산 증액 뿐 아니라 군 식자재 조달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
군은 통상 식자재별로 1년 치를 미리 계약해놓고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대부분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군납 식자재는 그간 국산 농·축산물 소비 증진 등을 위한 창구로만 활용된 측면이 크다.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조달 방식인 셈이다.
가령 쌀 소비, 흰 우유, 김치 등에 대한 섭취량 감소는 사회 전반의 공통된 현상임에도, 군 급식은 변화에 둔감했다.
실제로 격리 병사들의 경우 자신들이 선호하지 않은 품목을 배식할 때 빼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장병들의 영양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장병 입맛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으로 잔반 처리 비용만 급증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
예산 20% 올린다지만 '맛'은 뒷전…민간조리원 확충 등 대안필요 '똥국, 쉰내 나는 김치, 머슴밥, 시리얼 20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격리된 장병들이 최근 군의 부실 급식 실태를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해묵은 이슈인 '맛 없는 짬밥'이 부각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월급 인상과 휴대전화 사용 허용 등 문재인 정부 들어 장병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부실 급식 문제가 불거지자 군 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이번에 폭로된 일부 부대의 부실 급식은 지휘관이나 간부의 무관심, 배식 감독자 부재, 개인 기호 품목 취향 등 다양한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된 부대와 달리 알차고, 입맛 당기는 반찬으로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는 부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마다 급식 수준이 천차만별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급식 예산 책정부터 식자재 조달, 조리 인력 규모, 배식 등 전 과정에서 고질적인 허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 기준으로 병사 150명당 취사병(조리병)은 2명에 불과하다.
150명당 4명씩 배치되는 해·공군의 절반 수준이다.
취사병과 별개로 민간조리원이 있긴 하지만,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80∼300명 기준 1명이 편성되는 정도다. 영양사 보직은 아예 없다.
조리 경험이 없는 취사병 1명이 매일 75인분의 삼시세끼를 책임지는 상황이다.
취사병은 새벽같이 일어나 조식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말, 휴일에도 대체 인력이 사실상 없어 '월화수목금금금' 체제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맛있는 요리 레시피를 생각하고 연구할 틈은 고사하고 매일 중노동에 시달린다고 한다.
심신이 지친 취사병에 입맛 당기는 요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라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병력 감축으로 취사장의 병사를 빼낸다면 민간조리원을 그만큼 보충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다 병력 350여 명을 기준으로 배식을 관리·감독하는 급양 관리관(부사관)이 1명씩 편성되는데, 그 이하 규모 부대는 급양 관리관이 따로 없다.
다른 보직 부사관이 급양 관리관을 겸직하는 부대가 허다하다.
취사병과 민간조리원 등 개인 편차에 따라 조리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고, 배식을 관리·감독하는 부사관도 없는 상황에서 '정량 배식' 원칙이 늘 지켜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에 불거진 격리장병 부실 급식 문제는 열악한 취사 환경에 일선부대 지휘관과 간부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서 빚어진 결과라는 목소리가 군 내부에서 나온다.
최근 제보 홍수 속에서 '정상급식의 사례'라며 일부 부대에서 올린 인증샷을 보면 현행 급식 시스템에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방예산이 52조 원을 돌파하는 데도 장병 복지의 기본인 급양 예산은 '쥐꼬리 수준'을 면치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올해 기준 장병 1인당 책정된 급식비는 한 끼 2천930원, 하루 8천790원이다.
이마저도 2017년 7천481원에서 4년간 17.5% 정도 인상됐다.
군대 급식은 취사병들이 조리해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고, 식자재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납품받아 민간의 물가와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 끼 2천930원은 유명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 값에 못 미치는 데다 고등학생 한 끼 급식비(3천625원)의 80% 수준에 불과해 '적어도 너무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제한적인 급식비로 식비가 많이 소요되는 재료는 늘 빠듯하게 구매해야 하고, 장병들이 선호하는 고기류나 소시지, 자장면 등을 급식하는 날은 부족하기 일쑤다.
가령 자장면에 넣는 자장소스가 빨리 소진되는 날이면 고추장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로 일부 부대에서는 격리병사 도시락에 그날 부대에서 전체 제공된 메뉴 중 일부가 빠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량배식' 지침만 내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내년 기본급식비를 1만500원으로 19.5%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불용예산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라도 기본급식비 외에 자율운영부식비 등 관련 예산 인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 좋고 맛있는 급식을 위해서는 예산 증액 뿐 아니라 군 식자재 조달 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강하다.
군은 통상 식자재별로 1년 치를 미리 계약해놓고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대부분 납품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군납 식자재는 그간 국산 농·축산물 소비 증진 등을 위한 창구로만 활용된 측면이 크다.
철저히 공급자 위주의 조달 방식인 셈이다.
가령 쌀 소비, 흰 우유, 김치 등에 대한 섭취량 감소는 사회 전반의 공통된 현상임에도, 군 급식은 변화에 둔감했다.
실제로 격리 병사들의 경우 자신들이 선호하지 않은 품목을 배식할 때 빼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장병들의 영양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장병 입맛을 고려하지 않은 식단으로 잔반 처리 비용만 급증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