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원의장 "러·미 회담서 무조건 한반도 문제 논의"

박병석 의장 "북핵, 8천만 생사 문제…한국 입장 존중돼야"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박병석 국회의장은 내달 16일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은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상원의사당에서 진행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 문제는 남북한 8천만이 죽고 사는 문제"라며 "(미·러 정상회담에서) 당연히 한국의 입장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마트비옌코 의장에게 "김 위원장과 친분관계가 있으니 나서주시면 여러 가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남·북·러 열차 시범운행에 관련해서도 북한을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무조건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 협상 프로세스가 재개돼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북한 지도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남북 대화, 미북 대화의 가능성을 제외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 프로세스를 재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또 "우리도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 간 대화도 재개하자고 제안드린다"며 "적극적으로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과 마트비옌코 의장은 양국 경제 협력에 관해서도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박 의장은 "러시아는 수소 생산·저장에 뛰어난 기술을, 한국은 수소차와 수소연료 응용기술에서 세계에서 제일 앞서가고 있다"며 수소 협력을 강조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자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긴급승인을 요청했다. 그는 "올해는 스푸트니크 백신이 한국에서 긴급 승인됐으면 좋겠다"며 "한국도 우리 백신의 도움을 받아 팬데믹을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방역당국이 사전 검토 중이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의약품청(EMA)의 검토 동향을 봐가며 긴급 사용승인을 결정할 것으로 안다"며 "양국이 새 동력을 얻기 위해 입법 관련 분야를 협력하자는 데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두 의장은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러시아 해외 문화프로젝트 '러시아 시즌즈' 행사와 관련, 참가자들의 비자 면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박 의장은 이날 러시아 상원 TV방송과 별도 인터뷰를 하고 양국 의회 간 협력을 강조했다.

러시아 현지 교민과 기업인 대표 초청간담회도 열어 애로를 경청했다.

기업인들은 러시아에서 백신을 접종한 경우 국내 입국시 자가 격리 기간을 축소하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요청했고, 박 의장은 "상호 승인 관계가 돼야 하고, 방역상황과 우리의 개방성과 관련해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교민·기업인 간담회를 끝으로 러시아 방문 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26일에는 다음 행선지인 체코로 향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