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환 "연극은 내 모든 게 들어 있는 신념이자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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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 "연극은 나의 길이죠. 모든 것이 이 안에 들어 있어요. 연극은 나의 신념이니까 나의 종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배우 정동환(72).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공연을 앞두고 2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연극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2003년과 2008∼2009년 공연한 피터 셰퍼 원작 연극 '고곤의 선물'에서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의 대사를 신념인 듯 읊었다. "나의 신념, 당연히 연극이지. 영원히 죽지 않을 유일한 종교거든. 지금은 삭아버린 불덩이처럼 침묵 중이지만 오래전 연극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을 때…사람들에게 신념과 경이로움을 심어줬어.…사람들은 그 속에서만 진실을 볼 수가 있었어."
그는 피터 셰퍼가 다른 종교는 다 죽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연극은 죽지 않는다고 했듯 그런 믿음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데뷔해 50년이 넘도록 '레이디 맥베스' '메피스토'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단테 신곡-지옥편'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다.
지금도 1년에 2∼3편씩 연극 무대에 오르고, 드라마와 영화 등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는 연극무대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했다.
"다른 것은 다 변하지만, 연극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주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시미언 피즈 체니는 19세기 후반 미국 뉴욕주 제너시오의 성공회 사제로 사제관 정원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최초로 악보에 담은 실존 음악가다.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내가 사랑했던 사제관 정원의 모든 사물이 내는 소리를 기보하며 사랑과 그리움을 승화시키고자 했다.
정동환은 이번 작품은 음악이나 종교에 있는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시미언은 자연음이 인간이 만든 음악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당시 사람들의 상식을 깨부수고, 사제임에도 하느님께 '당신은 그 자리에 없었다'면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영원히 살아 있다고 믿는다.
"음악이든 삶이든 상식을 벗어난 것이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작품을 관람하면 우리가 그렇게 놓친 것을 유추하고 사색해볼 수 있을 겁니다.
"
사제이자 음악가인 시미언 역을 준비하면서 난생처음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던지 연습실에서 들려주는 선율이 꽤 감미롭고 애절하다.
그는 제작진의 열정에 밀려 할 수 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면서도 "저는 하지 않으려는 것은 없다.
서로 피곤하면 안 되니까 타협점을 찾는 거다"라고 했다. 얼마 전 연극 '단테 신곡-지옥편'을 끝마친 그는 현재 tvN 드라마 '마인'에서 가족사가 복잡한 재벌가의 회장으로 출연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 하루 8시간의 연습과 무대에 서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젠가 무너지면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는 도전하는 거다.
나이가 두려워서 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고집하지 않으면 좋은 배우다.
나를 왜 이 작품에 썼을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동환은 등산을 즐긴다.
엄홍길 대장과 봉사단을 겸해서 네팔에 다녀오며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지역을 가본 적도 있다.
요즘도 일정 때문에 어렵지만 시간만 나면 산에 간다고 한다.
그는 "산에서 많이 배우고 얻는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들은 보통 고통 뒤에 낙(樂)이 있어 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그 고통이 바로 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배우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런 팬데믹이나 전쟁 등 환란은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죠. 오히려 이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절대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6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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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배우 정동환(72).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공연을 앞두고 2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연극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2003년과 2008∼2009년 공연한 피터 셰퍼 원작 연극 '고곤의 선물'에서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의 대사를 신념인 듯 읊었다. "나의 신념, 당연히 연극이지. 영원히 죽지 않을 유일한 종교거든. 지금은 삭아버린 불덩이처럼 침묵 중이지만 오래전 연극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을 때…사람들에게 신념과 경이로움을 심어줬어.…사람들은 그 속에서만 진실을 볼 수가 있었어."
그는 피터 셰퍼가 다른 종교는 다 죽어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연극은 죽지 않는다고 했듯 그런 믿음이 자신에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데뷔해 50년이 넘도록 '레이디 맥베스' '메피스토' '햄릿' '고도를 기다리며' '단테 신곡-지옥편'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다.
지금도 1년에 2∼3편씩 연극 무대에 오르고, 드라마와 영화 등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그는 연극무대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했다.
"다른 것은 다 변하지만, 연극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의 주역을 맡았다. 주인공인 시미언 피즈 체니는 19세기 후반 미국 뉴욕주 제너시오의 성공회 사제로 사제관 정원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를 최초로 악보에 담은 실존 음악가다.
그는 아내와 사별한 뒤 아내가 사랑했던 사제관 정원의 모든 사물이 내는 소리를 기보하며 사랑과 그리움을 승화시키고자 했다.
정동환은 이번 작품은 음악이나 종교에 있는 고정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극 중 시미언은 자연음이 인간이 만든 음악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당시 사람들의 상식을 깨부수고, 사제임에도 하느님께 '당신은 그 자리에 없었다'면서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고 영원히 살아 있다고 믿는다.
"음악이든 삶이든 상식을 벗어난 것이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작품을 관람하면 우리가 그렇게 놓친 것을 유추하고 사색해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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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이자 음악가인 시미언 역을 준비하면서 난생처음 피아노도 배우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던지 연습실에서 들려주는 선율이 꽤 감미롭고 애절하다.
그는 제작진의 열정에 밀려 할 수 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면서도 "저는 하지 않으려는 것은 없다.
서로 피곤하면 안 되니까 타협점을 찾는 거다"라고 했다. 얼마 전 연극 '단테 신곡-지옥편'을 끝마친 그는 현재 tvN 드라마 '마인'에서 가족사가 복잡한 재벌가의 회장으로 출연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칠순이 넘은 나이. 하루 8시간의 연습과 무대에 서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지만, 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젠가 무너지면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는 도전하는 거다.
나이가 두려워서 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고집하지 않으면 좋은 배우다.
나를 왜 이 작품에 썼을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동환은 등산을 즐긴다.
엄홍길 대장과 봉사단을 겸해서 네팔에 다녀오며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지역을 가본 적도 있다.
요즘도 일정 때문에 어렵지만 시간만 나면 산에 간다고 한다.
그는 "산에서 많이 배우고 얻는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고통이다.
사람들은 보통 고통 뒤에 낙(樂)이 있어 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그 고통이 바로 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배우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런 팬데믹이나 전쟁 등 환란은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죠. 오히려 이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죠. 절대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
연극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6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