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부정투구 논란' 심판, 투수 모자 회수…감독은 퇴장

웨스트 심판, 세인트루이스 가예고스 모자 교체 지시
실트 감독은 퇴장당한 뒤 "진짜 경기에 영향을 주는 이물질부터"
2021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화두 중 하나는 '이물질을 사용한 부정 투구'다. MLB 사무국은 올해부터 '공 회전수의 극적인 변화'를 근거로 부정 투구를 적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정 투수가 이물질을 사용해 부정 투구를 한다"는 폭로가 끊임없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인 이물질 사용을 허용하라"라고 주장한다.

부정 투구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 마운드 위에서 심판과 감독이 충돌했다. 27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방문경기, 마이크 실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 마운드로 달려와 조 웨스트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가 퇴장당했다.

세인트루이스가 1-0으로 앞선 7회말 1사 1, 2루, 실트 감독은 우완 불펜 히오바니 가예고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때 심판 조장 격인 조 웨스트 3루심이 가예고스에게 "모자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가예고스의 모자 앞부분은 검게 변색했다.

웨스트 심판은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가예고스가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니다.

다만, 가예고스에게 '모자에 묻은 물질이 무엇인가'리고 물으니 '자외선 차단제'라고 답했다"라고 전하며 "모자를 교체하라고 말한 것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모자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건, 가예고스가 계속 마운드에서 던지게 하려는 의도였다"라며 "실트 감독이 (심판이 투수를 퇴장시키려고 한다고) 오해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가예고스는 퇴장 명령을 받지 않았다.

모자를 바꿔쓰고, 투구해 1⅔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3탈삼진으로 막았다.
그러나 실트 감독은 웨스트 심판의 조처에 격분했고, 퇴장 명령을 받았다.

경기 뒤 실트 감독은 "가예고스는 평소처럼 등판했다.

문제가 될 부분이 없었다"라며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부정투구 의혹을 제기하는 듯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 심판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실트 감독은 "이물질을 사용한 투구는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를 바로 잡으려는 사무국의 노력은 존중한다"며 "과연 자외선 차단제와 로진을 모두 문제 삼을 수는 있을까.

사무국은 경기에 영향을 끼치는 선수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롤링스사가 만드는 MLB 공인구는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가 사용하는 공보다 표면이 미끄럽다.

끈적이는 느낌을 주고자, 경기 전공 표면에 진흙을 묻혀 사용한다.

꽤 많은 투수가 '더 끈적이는 느낌'을 위해 파인 타르나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한다.

이는 명백한 '부정 투구'지만, 오랜 기간 묵인해 왔다.

하지만 모자에 끈적이는 이물질을 묻히는 등 부정 투구 의혹에 휩싸인 투수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나왔다.

MLB 사무국이 '부정 투구에 관한 적극적인 대처'를 강조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자외선 차단제는 MLB 사무국이 주목하는 '이물질' 중 하나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가 투구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날 가예고스의 직구 투구 회전수는 평균 2천343rpm으로 시즌 평균 2천374rpm보다 31rpm 낮았다.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다"라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