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반정부 시위 한 달…잦아들지 않는 성난 민심

지지부진한 협상 속 출구 안 보여…코로나19 상황도 악화
남미 콜롬비아의 반정부 시위가 한 달을 맞았다. 정부와 시위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경찰의 유혈 진압도 이어지면서 거리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처음 시위대를 거리로 불러 모은 것은 이반 두케 콜롬비아 정부가 추진한 세제 개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 더욱 살림이 빠듯해진 서민과 중산층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부담을 늘리는 개편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거센 저항에 나서자 정부는 며칠 만에 백기를 들고 세제 개편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미 시위대는 코로나19로 더욱 심화한 빈곤과 불평등, 고질적인 폭력과 부패 등으로 분노를 키운 상태였다.

지난해 코로나19 장기 봉쇄 속에 콜롬비아의 빈곤율은 42.5%까지 치솟았고, 청년 실업률도 높아졌다.
2019년에도 노동자와 학생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슬그머니 잦아들었는데 그때 제대로 분출하지 못한 채 억눌렸던 분노도 함께 폭발했다.

여기에 시위대 사망으로 이어진 경찰의 무력 진압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 달 동안 시위 현장에서 숨진 이들은 40명이 넘는다.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인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사망자 수를 61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시작되지만,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렬해지거나 방화나 약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선 시위대가 도로를 봉쇄해 물자 수송 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위를 끝내기 위해 정부와 시위 주도 단체가 대화를 시작했으나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의 무력 진압을 문제 삼고 있고, 정부는 반군 잔당 등이 시위대에 침투해 폭력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시위 사태 속에 우파 두케 대통령의 지지율은 뚝뚝 떨어지고 있어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콜롬비아 여론조사기관 INVAMER의 최근 조사에서 두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6%로 역대 콜롬비아 대통령 중 가장 높았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9%는 이번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55%는 경찰 특공대의 시위 진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콜롬비아의 전날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5천 명으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