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현상'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 시작과 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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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바람이 태풍으로 진화해 여의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헌정사 최초의 30대 주요 정당 대표를 넘보는 이 후보의 거침없는 기세는 이미 당권 레이스 승리 여부와 무관하게 하나의 현상으로 기록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전례 없는 팬덤 형성으로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 돌풍과 비교되기까지 하는 이 후보의 인기 비결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석된다.
◇ 친근한 사이다
"친한 동네 형이 유명 연예인 된 느낌"
이 후보를 좋아하는 2030 세대의 최근 반응이다.
이 후보의 친근한 이미지, 정치인스럽지 않은 태도는 이들의 마음을 사는 데 효과적인 무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지지 기반인 '이대남'에게 이 후보는 번듯한 직업이 없고,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고, 때때로 찰지게 욕설을 뱉기도 하는 또래로 여겨진다.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의미다.
이 후보의 쿨한 정치 문법도 거리감이 덜하다. 전당대회에 출마하고도 캠프 사무실을 차리지 않았고, 불특정 다수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년간 방송에 출연하며 쌓아 올린 인지도,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를 졸업한 후광은 오히려 부수적이라 할 만하다.
"때리면 두 배로 반격한다"
이 후보는 동방예의지국 운운하는 까마득한 선배들에 사이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여권 주자의 장유유서 발언에 "그걸 없애는 게 공정"이라고 맞받아 대중에 '타격감'을 준 일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1일 토론에서는 중진 당권 주자들이 야권 통합을 외치자 '통합무새'라 들이받기도 했다.
통합 구호만 되풀이하는 앵무새라는, 경멸 섞인 조어였다.
자칫 막말로 비칠 수 있지만, 기성 정치권에 뿌리 깊은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에게는 이 후보의 순발력 있는 '반격'이 작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것으로 보인다.
◇ 젊음, 내공 그리고 PC에 던진 의문
이 후보는 어리다.
1985년생.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거의 아버지뻘, 81학번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구력은 만만치 않다.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세 차례나 낙선한 전력 때문에 그동안 한 게 뭐 있냐는 지적을 받음직한데,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려준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경쟁자들이었다.
한 번도 국회의원이 돼 보지 못한 이 후보는 0선이라는 선배들의 비아냥 덕분에 오히려 신선한 정치 신인으로 부각됐다.
한 게 뭐 있냐는 비판의 화살 끝을 중진들에게 돌려 놓고, 소위 '영남 꼰대당'의 안티테제로서 세대 대결 구도의 반사이익을 온몸으로 흡수한 셈이다.
젠더 이슈는 퀀텀 점프의 도약대였다.
이 후보는 여성 할당제에 반대하는 등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양성평등 요구에 물음표를 던지고, 이대남을 소외 계층으로 규정해 적극 대변했다.
그는 이내 반페미니즘을 넘어 나쁜 포퓰리즘의 대명사인 트럼피즘이라는 공격에 직면했지만, 냉정한 실력주의를 공정의 가치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 대한 피로가 짙게 깔린 가운데 진보의 변질 또는 변종화에 대한 대안 제시로 인정받은 결과, 이 후보에 대한 이대남의 전폭적인 응원은 전 세대의 보편적 지지로 확장됐다.
균형 감각은 대중이 차기 야권 리더에 기대한 덕목이 아니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 변화의 프레임
"안정의 반대말은 불안정이 아니라 변화"
이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여의도 타짜라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일찍이 대선을 앞둔 시대정신으로 '변화'를 점찍은 터였다.
그의 치밀한 프레임 덕분에 조직 안정을 강조하는 중진들의 말은 마치 변화하지 말자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처럼 읽히게 됐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골수 지지층을 놓치지 않는 영리함을 보였다.
자신을 정치권으로 이끌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편,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을 바닥부터 훑으며 선배들의 '집토끼'에 구애한 것이다.
재기발랄한 어법 속에도 의외로 말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호평을 얻으면서, 완고하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변화를 마다치 않는 열성 당원들의 마음까지 끌어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만일 이 후보가 차기 대표에 오를 경우 보수 쇄신의 영웅이 될지, 자기 파괴와 분열의 역적이 될지 여전히 당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헌정사 최초의 30대 주요 정당 대표를 넘보는 이 후보의 거침없는 기세는 이미 당권 레이스 승리 여부와 무관하게 하나의 현상으로 기록되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전례 없는 팬덤 형성으로 2002년 대선에서의 노무현 돌풍과 비교되기까지 하는 이 후보의 인기 비결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석된다.
◇ 친근한 사이다
"친한 동네 형이 유명 연예인 된 느낌"
이 후보를 좋아하는 2030 세대의 최근 반응이다.
이 후보의 친근한 이미지, 정치인스럽지 않은 태도는 이들의 마음을 사는 데 효과적인 무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핵심 지지 기반인 '이대남'에게 이 후보는 번듯한 직업이 없고,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고, 때때로 찰지게 욕설을 뱉기도 하는 또래로 여겨진다.
심리적 장벽이 낮다는 의미다.
이 후보의 쿨한 정치 문법도 거리감이 덜하다. 전당대회에 출마하고도 캠프 사무실을 차리지 않았고, 불특정 다수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도 않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년간 방송에 출연하며 쌓아 올린 인지도, 서울과학고와 하버드를 졸업한 후광은 오히려 부수적이라 할 만하다.
"때리면 두 배로 반격한다"
이 후보는 동방예의지국 운운하는 까마득한 선배들에 사이다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여권 주자의 장유유서 발언에 "그걸 없애는 게 공정"이라고 맞받아 대중에 '타격감'을 준 일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1일 토론에서는 중진 당권 주자들이 야권 통합을 외치자 '통합무새'라 들이받기도 했다.
통합 구호만 되풀이하는 앵무새라는, 경멸 섞인 조어였다.
자칫 막말로 비칠 수 있지만, 기성 정치권에 뿌리 깊은 반감을 품은 유권자들에게는 이 후보의 순발력 있는 '반격'이 작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것으로 보인다.
◇ 젊음, 내공 그리고 PC에 던진 의문
이 후보는 어리다.
1985년생.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거의 아버지뻘, 81학번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구력은 만만치 않다.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서울 노원병을 지역구로 세 차례나 낙선한 전력 때문에 그동안 한 게 뭐 있냐는 지적을 받음직한데, 이런 치명적인 약점을 가려준 것은 역설적으로 그의 경쟁자들이었다.
한 번도 국회의원이 돼 보지 못한 이 후보는 0선이라는 선배들의 비아냥 덕분에 오히려 신선한 정치 신인으로 부각됐다.
한 게 뭐 있냐는 비판의 화살 끝을 중진들에게 돌려 놓고, 소위 '영남 꼰대당'의 안티테제로서 세대 대결 구도의 반사이익을 온몸으로 흡수한 셈이다.
젠더 이슈는 퀀텀 점프의 도약대였다.
이 후보는 여성 할당제에 반대하는 등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양성평등 요구에 물음표를 던지고, 이대남을 소외 계층으로 규정해 적극 대변했다.
그는 이내 반페미니즘을 넘어 나쁜 포퓰리즘의 대명사인 트럼피즘이라는 공격에 직면했지만, 냉정한 실력주의를 공정의 가치로 포장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 대한 피로가 짙게 깔린 가운데 진보의 변질 또는 변종화에 대한 대안 제시로 인정받은 결과, 이 후보에 대한 이대남의 전폭적인 응원은 전 세대의 보편적 지지로 확장됐다.
균형 감각은 대중이 차기 야권 리더에 기대한 덕목이 아니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 변화의 프레임
"안정의 반대말은 불안정이 아니라 변화"
이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신을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여의도 타짜라 불리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일찍이 대선을 앞둔 시대정신으로 '변화'를 점찍은 터였다.
그의 치밀한 프레임 덕분에 조직 안정을 강조하는 중진들의 말은 마치 변화하지 말자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처럼 읽히게 됐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도 국민의힘 골수 지지층을 놓치지 않는 영리함을 보였다.
자신을 정치권으로 이끌어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한편,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을 바닥부터 훑으며 선배들의 '집토끼'에 구애한 것이다.
재기발랄한 어법 속에도 의외로 말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호평을 얻으면서, 완고하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변화를 마다치 않는 열성 당원들의 마음까지 끌어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만일 이 후보가 차기 대표에 오를 경우 보수 쇄신의 영웅이 될지, 자기 파괴와 분열의 역적이 될지 여전히 당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