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정지 수준 음주운전 공무원 해임 위법…법원 "과중한 징계"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를 당한 공무원에게 구청이 해임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게 과중한 징계로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행정1부(정재우 부장판사)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해임 징계 처분을 받은 공무원이 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구청 공무원 A씨는 2019년 8월 울산 한 도로 약 200m 구간을 혈중알코올농도 0.036% 상태로 운전하다 음주단속에 걸려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A씨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1월 소속 구청으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시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다만 운전면허 취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해 취소 처분을 면허 정지 110일의 처분으로 변경 받았다.

A씨는 음주운전으로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없고,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 초기로 음주 단속 수치 초과 정도가 크지 않은 점, 대리운전 기사에게 운전을 맡겼다가 기사의 위험 운전으로 불가피하게 직접 운전을 하게 된 점, 공직에서 해임될 경우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는 점 등을 들어 해임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구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면허 취소 처분이 면허 정지 처분으로 변경된 점에 주목했다.

2020년 7월 개정 전 지방공무원 징계 규칙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경우 파면 또는 해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 해임, 강등 또는 정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대리운전 기사에게 운전하게 해 주거지 근처에 도착했고, 이후 주거지까지 직접 운전한 것을 보면 처음부터 음주운전을 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A씨가 2002년 이후 17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사실이 없는 점, 24년 동안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복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해당 징계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