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당시 5살 딸, 어느덧 50살 넘었지만…꼭 찾으리라 믿어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살던 이순기(75) 씨는 1972년 6월 맏딸 지영숙(54·실종 당시 만 5세) 씨를 잃어버렸다.

지 씨는 남동생 지영근(52) 씨와 놀다 오겠다고 나갔으나, 한두 시간 후에 집으로 돌아온 이는 영근 씨뿐이었다. 이 씨는 재차 영근 씨에게 영숙 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씨는 5일 연합뉴스에 "그날부터 딸을 찾기 위해 서울 일대를 이 잡듯 뒤졌다"며 "50년이 지난 지금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가난 속에서도 딸과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일대의 보육원 수십 군데를 돌아다녔고, 딸과 비슷한 사람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린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 나섰다.

실종 신고 방송도 냈다.

이 씨는 "아직 어린아이들을 집에 둘 수 없어서 아들 손을 잡고, 갓 태어난 막내딸을 업고 함께 다녔다"며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도 맏딸을 찾으러 온가족이 나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죽기 전에 반드시 만나겠다는 집념 하나로 버티고 있다"며 "만약 만날 수 없다면 그저 '어디선가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한마디라도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반백 년이 흘렀는데 알아볼 수 있냐"고 묻자 이 씨는 "어렵겠지만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청춘이었던 저도 어느새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됐어요. 다섯 살이던 딸도 몇 년 후면 환갑이겠죠. 가끔은 '몇 번은 스쳐 지나갔는데 서로 못 알아본 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아들이나 막내딸도 함께 늙어가고 있잖아요.

그들과 잃어버린 딸의 지금 얼굴이 많이 닮아있을 테니 금세 알아보리라 믿어요.

"
이 씨는 "영숙이는 실종 당시 오렌지색과 흰색이 섞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며 "머리카락이 노란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 너무 가난해서 딸아이 돌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며 "낡고 빛바랜 이 사진이 유일하게 남은 한 장"이라고 눈물을 지었다. 아동권리보장원 관계자는 "실종 아동을 발견했을 경우, 장소를 이동하지 말고 이름과 사는 곳, 전화번호를 물어보며 달랜 뒤 경찰서 등에 인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동 소지품 등에 연락처가 없다면 경찰청(☎ 112)이나 실종아동 신고 상담센터(☎ 182)로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