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일각 "미얀마 합의지연 실망…아세안, 더 빨리 행동해야"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외교장관 소신 발언…아세안 비판 의식한 듯
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결 모색을 위한 합의까지 해놓고도 40여 일간 아무런 결과물을 못 낸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세안 내부에서도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8일 외신에 따르면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전날 중국 충칭에서 자국 기자들과 가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우리는 (합의 사항의) 매우 매우 느린 진전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충칭에서는 7~8일 이틀간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한 특별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다.

비비안 장관은 그러면서 "정치범들 석방도 없고, 의미있는 정치적 대화나 협상의 징후도 없다"고 지적했다. 아세안은 지난 4월24일 자카르타에서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정상회의를 열어 ▲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그러나 40여 일 간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과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지난 4~5일 미얀마 현지를 방문, 쿠데타 수뇌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부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특사 후보자 명단만을 제시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이들이 미얀마를 방문했음에도 군부에 저항하는 국민통합정부(NUG) 인사들은 만나지 않으면서 반군부 진영 및 다수 국민의 불만이 커진 상태다.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얀마 군부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

레트노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5개 합의 사항의 실행이 이번 회동 이후에 투명한 절차를 거쳐 다시 한번 추진되기를 진정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아세안 특사가 미얀마를 방문해 대화를 나눠야 하며, 이는 미얀마 군부가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의 히샤무딘 후세인 외교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아세안을 겨냥했다.

미얀마 군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아세안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아세안은 합의 사항에 대한 진전이 매우 느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는 아세안이 그 이상의 행동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히샤무딘 장관은 또 회의 이후 발표된 입장문에서 "아세안은 (미얀마 내) 긴장을 줄이고 폭력을 멈추기 위해 더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