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소문 멈춰" 코로나19 속 각종 학교 루머 퍼뜨리는 맘카페

검증 없는 소문에 피해자 속속…무분별한 개인정보 유출도
강원 춘천시 내 학교에서 학생·교직원 확진이 이어지던 이달 초 지역 유명 맘카페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중학생 1명이 양성으로 확인되자 '1∼3학년 모두 퍼졌대요'라고 소문이 부풀었고, 이는 곧 '같은 날 확진된 선생님과 가족이래요', '조리사 딸이래요', '그 조리사는 고등학교서 일한대요'라고 마구 번졌다.

게시글 아래에는 자신의 자녀를 걱정하면서 확진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줄이었다.

도교육청이 전면 등교 확대를 발표한 다음 날인 8일 오전에는 '등교 제한을 완화하는 이유는 줌이 유료화되기 때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게시물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 학교 내 감염 소식이 들릴 때마다 맘카페를 통해 뜬소문이 확산해 교육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누군가 짐작 또는 억측으로 확진자 정보를 올리면 여기에 점차 살이 붙어 학부모들 사이로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 소문이 돌면 학교나 지역교육지원청, 도교육청으로 민원 전화가 쏟아지기 일쑤다.
문제는 소문 대부분이 검증을 거치지 않았으며, 거짓으로 드러나더라도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는 점이다. 춘천에서 중1과 중3 자녀를 키우는 A씨는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남 얘기를 전하기는 쉽지만, 사실이 아닌 소문에 피해를 볼 학생이나 학교는 누가 보듬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맘카페 회원 중 다수가 학부모로 문제에 공감하는 마음이 크다"며 "때로는 공감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예민한 시기에서는 더 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확진된 학생이나 교직원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지기 쉽다는 점이다.

실명을 적지 않더라도 충분히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을 만한 게시물이 이따금 카페에 올라오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도교육청은 정부 지침에 따라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언론에도 익명화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맘카페를 통해 어느 학교인지 쉽게 특정돼 방역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맘카페 안에서도 건전한 토론 등 순기능이 있지만, 근거 없는 소문의 재확산은 학교 방역과 학생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해당 맘카페에는 아래와 같은 글이 올라와 많은 회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모두가 너무 긴 터널을 걷고 있네요.

앞이 안 보이는 긴 터널에서 모두가 두렵고 예민합니다.

평상시였다면 아무렇지 않은 말과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코로나와 싸우는 전시죠. 이럴 때일수록 말과 행동은 충분히 생각한 뒤에, 특히 얼굴을 볼 수 없는 카페에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