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봉인가"...보험비용 떠넘기는 임대인

오는 8월18일 부터 모든 임대주택사업자들은 전·월세 계약에 대해 보증금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요.

벌써부터 수십만원의 보험 가입 비용을 일부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임동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한 빌라에 전세로 거주 중이 류씨는 최근 집주인에게 예정보다 두 달 빨리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8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의무 가입이 시작되기 전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겠다는 겁니다.

만약 재계약을 원할 경우 보험 비용 보전을 위해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5만 원을 내라고 통보받았습니다.

[류 모 씨(서울 송파구) : 나가야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 전에 부동산을 좀 알아봤는데 전세금이 거의 1년 전에 비해서 1억 씩 올라서 매물도 없고 비싸기도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올해 8월18일부터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 문제 예방을 위해 모든 임대사업자들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됩니다.

보증금이 3억 원인 주택의 연 보험료는 부채비율 등에 따라 최대 연 260만원인데 이중 75%를 집주인이 내야 합니다.

이같은 비용에 부담을 느낀 임대주택사업자들이 재계약을 서두르거나 보험 가입비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겁니다.보증금을 낮춰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전세 계약을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 소유자 입장에서 보면 나가지 않을 돈이 갑자기 나가기 때문에 월세를 좀 더 올리거나 전세 보증금을 일부 올리는 그런 사례가 나타나는 등 조세 전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보증금 반환 관련 사고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만큼 이번 보험 가입 의무화의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제도의 설계에서 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 보험의 경우에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기 때문에 가입 의무가 임차인에게 있어야만 임차인이 가입 의무를 부담하고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데, 지금 임대인에게 가입 의무를 부과하다 보니까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종부세, 양도세 등으로 임대주택사업자들의 늘어난 부담이 결국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피해를 보는건 이번에도 세입자입니다.

한국경제TV 임동진입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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