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소녀상' 전시회, 日우익 도 넘은 공격에 장소 변경(종합)

전시장 주변서 가두선전 차량·확성기 등 동원 개최 방해
"위안부상 들이지 마라·개최하지 마라"…협박·업무방해

도쿄(東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하는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도쿄' 개최를 일본 우익 세력이 집요하게 방해해 결국 전시장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실행위원회는 이달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열흘 동안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있는 전시 시설 세션하우스가든에서 평화의 소녀상 등을 선보이는 표현의 부자유전·도쿄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실행위 측은 이날 오후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장인 갤러리(세션하우스가든)을 향한 방해 행위가 계속돼 행사 장소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행위에 따르면 일본 우익 인사들은 지난 6일부터 전시장 주변에서 가두선전 차량과 확성기 등을 동원해 행사를 방해해 세션하우스가든 측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카모토 유카(岡本有佳) 실행위원은 "폭력적인 공격으로 표현의 기회를 빼앗으려는 행위에 강력히 항의한다"며 "부당한 공격에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행위 측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우익들은 전시장을 찾아와 "위안부상 들이지 마라", "반일 전시회 그만둬라", "표현의 부자유전을 개최하지 마라", "전시장을 빌려주지 마라"라는 등의 구호를 큰소리로 외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세션하우스가든 지하에는 댄스 교실이 영업 중이고, 건물 앞은 초등학교 통학로다.
갤러리 측은 지난 4일부터 전시를 방해할 목적의 메일과 전화를 대량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 측은 영업 방해에 시달렸고 해당 건물에서 주거도 겸하고 있어 일생 생활까지 지장을 받는 피해를 봤다.

경찰도 가두선전 차량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갤러리 측은 예정대로 전시장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고 주최 측에 이를 통보했고, 실행위는 아티스트들과 협의해 전사회를 개최하려면 장소를 변경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실행위는 도쿄 내에서 복수의 전시장 후보를 검토하고 있으며, 전시 기간은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카모토 실행위원은 우익들의 이런 행위에 대해 "협박, 강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피해자는 갤러리이기 때문에 갤러리 측만 고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실행위와 전시장, 아티스트, 관객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과 범죄에 해당하는 공격이 있을 경우, 형사 고소·고발, 그외 법적 절차를 포함해 단호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9년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도 출품된 바 있다.

당시에도 일본 우익세력의 협박과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주최 측과 예술가 등이 전시 중단에 항의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끝에 전시를 재개했으나 기간이 매우 짧아 관람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번 표현의 부자유·도쿄전에는 소녀상 외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 때 선보였다가 우익 세력 등의 반발을 산 작품 '원근(遠近)을 껴안고'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가 안세홍의 작품도 선보인다.

원근을 껴안고에는 일왕이었던 히로히토(裕仁·1901∼1989)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우익 세력의 방해에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번 표현의 부자유전·도쿄를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카모토 실행위원은 표현의 부자유전·도쿄를 관림하기 위해 예약한 사람이 600명이 넘는다며 "예약자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밝혔다.

오는 7월 6일부터 나고야(名古屋)에서 개최되는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예정대로 개최된다고 실행위 측은 전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