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코로나19 빠른 재증가세…"일일 신규확진자 1만3천명 넘어"(종합)

경계 느슨해지고 백신 접종도 느려…모스크바시, 내주 1주일 유급휴일 지정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른 재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가 2월 중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수도 모스크바의 신규 확진자도 2차 확산이 기승을 부리던 올해 초 수준에 근접했다.

모스크바 시 당국은 유급 휴일을 연장하고, 식당 등의 야간영업을 제한하는 등 비상 대책에 나섰다.

러시아의 코로나19 유입·확산 대책 본부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전체 신규 확진자는 1만3천150명으로 지난 2월 15일(1만4천207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날(1만2천505명)보다 1천 명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전체 누적 확진자는 519만3천964명으로 늘어 세계 6위 규모에 머물렀다.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나온 수도 모스크바에선 6천701명이 새로 감염돼 전날(5천853명)보다 848명이 증가했다. 올해 초 이후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3만 명에 육박했던 러시아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3월 14일 1만83명을 기록한 뒤 1만 명 대 아래로 내려와 한때 7천 명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9일 러시아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가 3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1만 명 대를 넘어선 뒤(1만407명) 빠른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확진자 증가세는 현지 정부의 방역 제한조치가 상당히 완화되면서 경제·사회 활동이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경계심이 느슨해진 데다, 백신 접종은 기대만큼 속도감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11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인 1천827만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최소 1회 접종받아 인구(1억4천600만 명) 대비 접종률이 12.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이용한 접종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추가로 개발한 다른 2종류의 백신까지 투입해 접종을 서두르고 있으나 주민들의 호응은 좀처럼 활발해지지 않고 있다.

현지 당국은 주민들이 대규모로 휴가지로 몰리는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는 3차 확산 파동이 시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2일 백신을 접종한 자국민이 약 1천800만 명에 달했지만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이는 "접종이 더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증거"라고 주민들의 적극적 접종을 촉구했다.

한편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 러시아 독립기념일 연휴(12~14일)에 뒤이은 15~19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하는 시장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12일부터 다음 주 일요일인 20일까지 1주일 이상을 연휴로 지정한 것이다.

모스크바시는 또 관내 기업들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직원들을 포함해 정원의 30% 이상을 재택 원격업무로 돌릴 것을 권고했다.

동시에 13일부터 20일까지 저녁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 야간 시간대에 레스토랑, 카페, 나이트클럽 등이 영업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같은 기간 시내 공원에 있는 놀이시설, 스포츠 시설 등이 폐쇄되고 놀이기구 임대도 중단된다고 시 정부는 소개했다.

소뱌닌 시장은 "최근 1주일 동안 모스크바의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면서 "여름철 시작과 함께 모스크바를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고 시민들의 활동도 증대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봄·여름철 코로나19 정점이 기존 예상 시점인 5월이 아니라 6월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