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파 구하기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사파 구하기 = 와리스 디리 지음. 신혜빈 옮김.
소말리아 출신 세계적인 패션모델이자 '여성 할례'(여성성기절제·FGM) 근절을 위한 사막의 꽃 재단을 설립한 저자가 아프리카 지부티의 한 빈민가에 사는 7살 사파 누르를 구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책은 사파가 3살 때 영화 '데저트 플라워'에서 어린 와리스 역할을 맡아 여성 할례를 당하는 연기를 했다고 소개한다.

영화는 5살에 할례를 당한 와리스가 13살에 60대 노인과 강제 결혼을 했다가 영국 런던으로 도망친 후 한 사진작가의 눈에 띄어 세계적인 패션모델이 된 이야기를 그린다.

책에 따르면 사파는 7살 때 와리스에게 편지 한 통을 보낸다. 사파의 부모는 여성 할례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사막의 꽃 재단과 계약을 맺었지만, 사파는 부모가 이 계약을 깨고 할례를 강요할까 봐 두려워한다.

이에 저자는 지부티로 날아간다.

사파의 부모는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외면 때문에 사파가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파의 할머니도 할례가 여성의 몸을 정결하게 한다는 믿음을 내세운다. 저자는 이 견고한 문화에 저항하면서 부모를 설득해 할례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에서 "한국의 놀라운 여성 운동을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한국은 자유국가이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며 "소득과 교육, 자립을 위해 싸우고, 자신이 성적 대상물로 전락하는 걸 두고만 보지 말라. 서로를 위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다북스. 408쪽. 1만7천 원.
▲ 북극 이야기, 얼음 빼고 = 김종덕·최준호 지음.
'북극 전문가'로 불리는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부원장이 10여 년간 33번 현지 조사를 하는 등 북극과 북극권 나라를 오가며 경험한 것을 엮은 책으로, 최준호 중앙일보 과학·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과 함께 펴냈다.

책은 북극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는 '적응'의 문제이며, '기회'라고 말한다.

그린란드는 얼음이 녹자 수력발전소를 지어 전기를 생산하고,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1년 내내 얼지 않는 해역이 늘자 북동항로를 살핀다고 소개한다.

저자들은 온난화의 어두운 측면도 전한다.

고래 개체 수가 줄자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알래스카 최북단 우트키아비크 원주민의 자살률이 높아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20세기 북극이 과학 탐구의 최전선이었다면, 21세기 북극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최전선이라는 의견도 전한다.

군사적 대결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대규모 쇄빙 선단을 꾸려 북극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상황을 설명하며 여러 국제기구가 북극 문제를 대화로 풀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인다.

위즈덤하우스. 236쪽. 1만5천 원.
▲ 조한욱 교수의 소소한 세계사 = 조한욱 지음.
서양사학자인 저자가 지난 10년간 발표한 칼럼을 선별해 엮었다.

핍박받는 평민들을 위한 삶을 살다가 반역자로 몰린 로마 장군 만리우스 카피톨리누스, 출판을 통해 르네상스를 이끈 알도 마누치오, 17세기 여성 음악인으로서 성공한 카치니 자매 등 고대에서 현대까지 대중의 시야 밖에서 인류에 보탬이 된 일을 한 인물을 소개한다.

저자는 또 당시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뒤늦게 알려진 인물의 이야기도 전한다.

로마 최고의 지배자라는 호칭을 얻은 트라야누스 황제, 아프리카의 '체 게바라'로 불린 토마 상카라, 고대 말 이집트 최초의 여성 수학자 히파티아 등의 삶을 통해 베일에 싸인 역사의 이면을 안내한다.

교유서가. 488쪽. 2만2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