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산을 하나 넘는 게 삶"…평창대관령음악제 내달 개막

'얼라이브(Alive) 산' 주제로 강원 일원서 개최…"팬데믹으로 국내 아티스트 중심"
"가장 한국적인 풍경을 그려보다가 '산'이 떠올랐어요. 평창은 곧 '산'이고 '산'은 나아가 우리 모두란 생각을 했죠. '산'을 발음하면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지는데, '죽은'의 반대말이기도 하죠. 산을 하나 넘는 것으로 삶을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손열음(35)은 15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18회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주제를 이렇게 설명했다.

음악제는 '얼라이브(Alive) 산'을 주제로 다음 달 28일부터 8월 7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등 강원 지역 일원에서 열린다.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한국인 아티스트 중심으로 무대를 꾸민다.

손열음은 "해외 연주자를 초청하고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예년에 비해 작더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실히 할 것"이라며 "전염병으로 인해 뉴노멀(새로운 기준)을 맞고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마음껏 살지 못하는 시기에 살아있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메인 프로그램은 13개인데, '산 vs 죽은'(Alive vs Dead)이란 소주제의 무대가 가장 눈에 띈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 '페트루슈카'(1911년)와 쇤베르크의 대표적인 실내악곡 '달에 흘린 피에로'(1912년)를 선보인다.

손열음, 피아니스트 이진상,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첼리스트 김두민,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소프라노 서예리,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출연한다.

리오 쿠오크만이 지휘한다. 손열음은 "쇤베르크의 작품은 새 시대를 열고 음악사에서 정말 중요한 곡인데 연주가 많이 안 됐다"며 "피에로는 사람도 귀신도 아니지만, 굉장히 투명한 존재로 모든 사람이 나를 투영해 보는 존재"라고 말했다.

또 "페트루슈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빅 브러더 시대를 예측하는 작품"이라며 "시대를 초월하는 클래식의 가치가 있는데 그 당시 시의성이 있었다"고 했다.

개막 공연은 정치용이, 폐막 공연은 리오 쿠오크만이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를 지휘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개막 공연 협연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이 폐막 공연 협연을 맡는다.

두 공연을 포함해 PFO의 무대는 네 차례 열린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악장 박지윤,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제2 바이올린 악장 이지혜가 악장으로서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특히 스베틀린 루세브는 '거울'이란 소주제의 무대에서 지휘자 없는 '플레이디렉트' 방식의 무대도 총괄한다.

이 밖에 PFO엔 독일 뒤셀도르프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 조성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클라리넷 수석 조인혁,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함경 등도 포함됐다.

손열음은 "PFO는 30명 이상으로 정예 멤버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 시대에 인종이나 국가를 이야기하는 건 시대에 뒤처진 것"이라며 "한국에서 활동하는 해외 연주자도 많다.

내셔널리스틱(nationalistic: 국수주의적)보다는 홈(home)이란 개념에서 홈커밍 오케스트라의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첫 평창 무대도 예정돼 있다.

백건우는 '바위'라는 소주제의 공연에서 드뷔시의 '피아노 삼중주'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삼중주'를 연주하는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첼리스트 김두민이 함께한다.

손열음이 어린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별'을 소주제로 꾸미는 듀오 무대로 마련된다.

두 사람은 리스트와 코플랜드, 라벨, 버르토크의 곡을 연주하며 타악기 연주자 나오키 야스다와 김미연이 협연한다. 차세대 음악가를 소개하는 '스페셜 콘서트'로 2018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공동 우승자인 첼리스트 이상은과 이정현의 리사이틀이 마련되고, 강원 내 7개 시군에서 여는 '찾아가는 음악회'(7회)도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