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포기' 우한 교민 의사 이상기씨 부친상에 귀국

"우리 직업이 그런 것"…의사 부친, 코로나 한복판 남은 아들 지지
작년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할 때 정부가 제공한 교민 철수 전세기 탑승을 포기하고 현지에 남은 한국인들의 건강을 돌봤던 의사 이상기 씨가 부친상을 당해 귀국했다. 15일 우한 교민사회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해 경기도 김포시의 한 장례식장 마련된 부친 고 이해영 씨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이씨는 코로나19가 한참 창궐하던 작년 2월 12일 우리 정부가 지원한 3차 교민 철수 전세기에 탈 예정이었지만 당시 100명이 넘는 교민들이 우한에 남는다는 얘기를 듣고 출발 직전 마음을 바꿔 현지에 남았다.

이후 그는 우한 전역이 봉쇄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화상 전화 등으로 우한 등 후베이성에 남은 교민들의 건강을 돌봤다. 이씨가 이처럼 위험을 무릅쓰고 우한에 남는 결정을 내린 데에는 같은 의사였던 선친의 지지가 큰 힘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발생 후 이씨가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외부 유입을 방지한다면서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2∼4주의 격리를 요구하고 있어 중국에 직장이 있는 한국인들이 코로나19 이후 고국 방문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덕기 후베이 한국인회 회장은 "이상기 원장으로부터 의사인 부친께서 '우리 직업이 원래 그런 것'이라면서 아들의 (우한 잔류) 결정을 격려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 수도 있었는데 우리 교민들을 돌보려고 남는 바람에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