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기업들, 워싱턴서 누린 영광의 날들 끝났다"[WSJ]
입력
수정
바이든, FTC 수장에 '아마존 킬러' 임명…백악관 NEC에도 반독점 인사
IT 임원이 정부 위원회 들어가고 백악관 초청됐던 오바마 때와 뚜렷 대비 미국 정보기술(IT) 업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누렸던 영광의 날들이 이제는 옛날이 됐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진보 성향의 반(反)독점 투사로 평가되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독점 규제기관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앉혔다.
칸은 2017년 쓴 로스쿨 졸업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에서 단기적 소비자 편익에만 초점을 맞춰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 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이 아니라는 전통적 독점론(論)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칸은 '아마존 킬러'로도 불린다. 또 다른 요직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임명된 같은 대학의 팀 우 법학 교수 역시 IT 공룡에 비판적인 반독점 매파다.
우 보좌관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대형 IT 기업의 분할을 옹호하고,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 큰 것의 저주)란 저서를 통해 독점적 기업이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해온 인사다. 이런 인선은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친(親) IT 성향의 인사를 정부에 기용해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온 IT 기업 로비스트들의 희망사항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무렵 백악관에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를 초청했던 축제의 풍경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참석자들은 구글의 가상현실(VR) 안경을 쓴 채 셀카를 찍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관해 나누는 대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참석자는 이 행사를 두고 퇴임할 정부 보좌관들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라고 비유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많은 이가 IT 기업의 로비스트로 전향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의 로비스트로 등록한 334명 중 80% 이상이 연방의회나 백악관 출신 인사였다.
또 이들 IT 공룡은 수년간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이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 때 정치인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정치자금을 모집하고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기반을 마련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밋은 오바마 후보의 캠프가 지지자를 찾아 소통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도록 도왔다.
슈밋은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 당선 축하 파티에 참석했고 행정부의 각종 위원회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IT 공룡의 이런 밀월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틀어졌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등을 사실상 방치한 페이스북 등 IT 기업은 이제 민주당에 적으로 보였다.
공화당은 소셜미디어가 보수적 목소리를 억압한다며 역시 IT 기업들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2018년 당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였던 케빈 매카시 등은 페이스북 고위 임원들과 만나 이런 불만을 전달했다.
페이스북 임원들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가장 조회 수가 많은 게시물의 다수가 저명한 보수 인사들이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에서 일한 누 웩슬러는 "트럼프의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서 성과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알았다.
(IT) 기업들은 편향성 혐의에 대해 더 세게 반박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싸움을 피했고 그것(편향성 논란)은 통제 불능이 됐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의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도 화를 자초했다.
2017년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과 공화당 롭 포트먼 상원의원이 온라인 성매매 방지를 위해 의기투합해 법안을 마련하려 했을 때 구글은 아예 논의를 거부했다.
의원들이 계속 압박하자 구글은 2명의 로비스트를 보냈는데 이들은 "당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을 파괴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당신 책임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블루먼솔 의원은 전했다.
이 법안은 큰 표 차이로 통과됐다.
바이든 백악관은 대형 IT 기업과 연결고리가 있는 직원 지원자들을 기피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옛 대변인이었던 제이 카니는 아마존의 워싱턴 사무실을 총괄하는데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그와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옛 인연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WSJ은 지적했다.
아마존의 쥐꼬리 세금 납부 이력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잘못됐다"고 꼬집었다는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비서실장을 하다가 페이스북으로 옮긴 캐틀린 오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퇴사했다.
2019년 펠로시 의장이 술 취해 말하는 것처럼 조작된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을 때 이 회사가 이를 삭제하기를 거부한 뒤 분노한 펠로시 의장은 페이스북의 모든 직원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합심해 IT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려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또 IT 공룡의 과거 인수·합병을 되돌릴 수 있는 법무부와 FTC의 반독점 조사를 독려하는 중이다. WSJ은 "칸을 FTC 의장에 임명하기로 한 바이든의 결정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했다"며 "오바마의 재임 8년간 있었던 'IT 산업의 영광의 날들'의 후속편은 없으리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IT 임원이 정부 위원회 들어가고 백악관 초청됐던 오바마 때와 뚜렷 대비 미국 정보기술(IT) 업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누렸던 영광의 날들이 이제는 옛날이 됐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진보 성향의 반(反)독점 투사로 평가되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독점 규제기관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앉혔다.
칸은 2017년 쓴 로스쿨 졸업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에서 단기적 소비자 편익에만 초점을 맞춰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상품 가격에만 영향이 없다면 독점이 아니라는 전통적 독점론(論)은 아마존 같은 기업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칸은 '아마존 킬러'로도 불린다. 또 다른 요직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에 임명된 같은 대학의 팀 우 법학 교수 역시 IT 공룡에 비판적인 반독점 매파다.
우 보좌관은 페이스북을 포함한 대형 IT 기업의 분할을 옹호하고,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 큰 것의 저주)란 저서를 통해 독점적 기업이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해온 인사다. 이런 인선은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친(親) IT 성향의 인사를 정부에 기용해달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온 IT 기업 로비스트들의 희망사항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무렵 백악관에 실리콘밸리 주요 인사를 초청했던 축제의 풍경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참석자들은 구글의 가상현실(VR) 안경을 쓴 채 셀카를 찍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관해 나누는 대화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참석자는 이 행사를 두고 퇴임할 정부 보좌관들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라고 비유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실제 많은 이가 IT 기업의 로비스트로 전향했다.
비영리 연구기관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아마존·구글·페이스북의 로비스트로 등록한 334명 중 80% 이상이 연방의회나 백악관 출신 인사였다.
또 이들 IT 공룡은 수년간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이었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 때 정치인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해 정치자금을 모집하고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기반을 마련했다.
구글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릭 슈밋은 오바마 후보의 캠프가 지지자를 찾아 소통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도록 도왔다.
슈밋은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 당선 축하 파티에 참석했고 행정부의 각종 위원회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IT 공룡의 이런 밀월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뒤 틀어졌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등을 사실상 방치한 페이스북 등 IT 기업은 이제 민주당에 적으로 보였다.
공화당은 소셜미디어가 보수적 목소리를 억압한다며 역시 IT 기업들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2018년 당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였던 케빈 매카시 등은 페이스북 고위 임원들과 만나 이런 불만을 전달했다.
페이스북 임원들은 근거 없는 얘기라며 가장 조회 수가 많은 게시물의 다수가 저명한 보수 인사들이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구글에서 일한 누 웩슬러는 "트럼프의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서 성과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알았다.
(IT) 기업들은 편향성 혐의에 대해 더 세게 반박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싸움을 피했고 그것(편향성 논란)은 통제 불능이 됐다"고 말했다.
IT 기업들의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도 화를 자초했다.
2017년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과 공화당 롭 포트먼 상원의원이 온라인 성매매 방지를 위해 의기투합해 법안을 마련하려 했을 때 구글은 아예 논의를 거부했다.
의원들이 계속 압박하자 구글은 2명의 로비스트를 보냈는데 이들은 "당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을 파괴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당신 책임이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블루먼솔 의원은 전했다.
이 법안은 큰 표 차이로 통과됐다.
바이든 백악관은 대형 IT 기업과 연결고리가 있는 직원 지원자들을 기피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옛 대변인이었던 제이 카니는 아마존의 워싱턴 사무실을 총괄하는데 그의 트위터 계정에는 그와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이 게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옛 인연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WSJ은 지적했다.
아마존의 쥐꼬리 세금 납부 이력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잘못됐다"고 꼬집었다는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비서실장을 하다가 페이스북으로 옮긴 캐틀린 오닐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퇴사했다.
2019년 펠로시 의장이 술 취해 말하는 것처럼 조작된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올라왔을 때 이 회사가 이를 삭제하기를 거부한 뒤 분노한 펠로시 의장은 페이스북의 모든 직원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했다.
의회에서는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합심해 IT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려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또 IT 공룡의 과거 인수·합병을 되돌릴 수 있는 법무부와 FTC의 반독점 조사를 독려하는 중이다. WSJ은 "칸을 FTC 의장에 임명하기로 한 바이든의 결정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했다"며 "오바마의 재임 8년간 있었던 'IT 산업의 영광의 날들'의 후속편은 없으리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