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분 분량으로 무단편집 '패스트 영화' 저작권 침해 논란

영화계, 1년간 피해액 1조원 추산…수사의뢰 등 강력대응

일본에서 영화 한 편을 약 10분 분량으로 무단 편집해 보여주는 '패스트 영화'(Fast Movie)가 급증하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저작권을 가진 영화사 등의 관련 단체는 실태 조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21일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영화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으로 구성된 콘텐츠해외유통촉진기구(CODA)는 작년 봄부터 조사해 적어도 55개의 유튜브 계정에 2천100여 편의 패스트 영화가 게시된 것으로 파악했다.

패스트 영화로 둔갑한 것 중에는 '신고질라' '배틀로얄' '진격의 거인' 등 일본의 인기 작품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등 외국 작품도 포함돼 있다. 패스트 영화는 한 편을 10분 정도로 편집해 자막과 해설 등을 붙여 짧은 시간에 전체 스토리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패스트 시네마'로도 불린다.

영화의 동영상과 정지영상을 모두 무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에 저촉된다.

패스트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가정에서 영화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작년 봄 무렵부터 일본에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패스트 영화로 유튜브에 올라 있는 게시물 중에는 조회 수가 수백만 회를 기록한 것도 적지 않은 상황이고, 해당 계정 소유자는 한 달에 수백만 엔(수천만 원)의 불법적인 광고 수입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CODA는 지난 1년간 패스트 영화 때문에 본편 관람 수요가 줄어 발생한 피해액이 950억엔(약 9천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CODA는 영화사 등과 협력해 유튜브 본사 관할 지역의 미국 법원에 악성 계정 운영자의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일본 경찰에는 관련 정보를 제공해 수사토록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선 일반인들이 2~3줄 정도의 짧은 내용 등으로 인터넷에 영화를 소개하거나, 영화 관련 영상 등을 영화평을 하는 과정에서의 종속적 요소로 사용하면 '패스트 영화'와는 다르게 저작권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 패스트 영화 실태 조사에 참여한 저작권 전문가인 나카지마 히로유키(中島博之) 변호사는 ▲ 상당한 양의 영상이나 자막을 올려 거의 모든 스토리를 공개하거나 ▲ 동영상 구성상 거의 모든 부분에서 무단으로 영상이나 정지화면을 사용하는 경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일부 계정의 경우 저작권 침해로 미국 법원에서 작성자 정보를 공개하라는 명령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영화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제작사와 영화관 등 영화산업 전체가 큰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이어서 잠재 수익을 줄이는 패스트 영화 문제에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CODA의 고토 다케로(後藤健郎) 대표이사는 NHK에 "패스트 영화를 본 사람이 본편을 보지 않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가 크다"며 이런 악성 범죄의 피해가 커지기 전에 공개된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근절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