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3천500명의 어르신이 한글 공부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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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논산 돈암서원.

서원 한편에 유생복을 입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글을 공부 중인 할머니, 할아버지. 무슨 일인 걸까요?

일제 강점기 때와 보릿고개 시절, 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던 어르신들은 한글을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이었습니다.

이 한을 풀기 위해 논산시는 '찾아가는 한글 대학' 교육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내 350개 교육장에서 약 3천500명의 어르신을 교육하고 있죠.

먹는 것조차 힘들던 시절, 배움은 뒷전이었던 어르신들, 느지막이 한글을 배우며 새로운 꿈을 꿔봅니다

"못 배웠던 것을 늦게나마 배워서 좋아요" - 장재순 할머니

교육부의 어르신 대상 한글 교육 예산은 약 50억 원 정도인데요.

이 중 절반 가까이 논산시가 쓰고 있습니다.

논산시의 어르신 사업 유치에는 2010년부터 논산시를 11년간 이끌어온 황명선 논산시장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한글 대학을 연다고 할 때 밭에 김매러 나갈 시간도 없는데 한가한 소리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일일이 마을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시작한 사업인데 글과 그림을 모아 책까지 발간할 수 있게 됐다"
- 황명선 논산시장

어르신을 위한 논산시의 사업은 더 있습니다.

마을로 찾아가는 동고동락 건강프로그램 역시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홀몸 어르신 공동생활제로 시작한 동고동락 사업은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홀로 계신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혈당, 혈압 측정과 어르신의 우울증 예방과 외로움 해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100세 건강 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를 제정한 논산시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주민건강 자치 능력 향상을 위해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4월 한 달간 공모했던 '가가호호 100세 마을 형형색색 건강관리 비대면 아이디어 공모전'을 필두로 다양한 사업들을 시범 운영하며 시민 건강 증진에 나섰습니다.

공모 대상 사업으로 비대면 걷기 운동인 '걷기 릴레이 바통 줄게 건강 다오'와 산책, 풍경 사진 촬영 등을 함께 하는 '우리 같이 산책해요~ 동네마실'

식물을 키우며 우울감을 해소하는 '반려식물과 매일매일 행복하소', 비대면 노래경진 대회 '동네 노래자랑 대회', 제철 식자재 요리법 공유 프로그램 '우리마을 계절밥상' 등이 선정됐죠.

논산시는 특히 15개 읍면동의 장을 시민이 선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황 시장은 "(읍면동장 선출은) 시장의 고유권한이라고들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논산에서는 후보자가 발표하면 시민들의 투표로 뽑아서 시장부터 권위를 없애고 어르신들을 섬기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1%의 가능성을 위해 발로 뛰며 하나씩 바꿔나간 논산시와 황명선 시장의 도전,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

이세영 기자 이도경 작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