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역사' 옛 교회 포함된 인천 재개발구역 재심의 통과

노동운동 역사가 담긴 지역 교회가 사업 구역에 포함돼 보존 여론이 일었던 인천 동구 주택재개발 사업이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를 통과했다.

23일 인천도시산업선교회 보존협의회 등에 따르면 인천시는 이날 오후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대한 2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어 해당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시는 '교회 이전을 전제로 해당 부지에 기념 표지석을 세우는 등의 방식을 교회 측과 협의한다'는 내용의 조건을 달아 해당 안건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열린 1차 도시계획위에서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조사를 하기로 하고 심의를 보류한 바 있다.

이에 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전날 단식에 돌입한 김도진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 교회) 목사와 김정택 목사는 24일부터 교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부터 조합에 설계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체 용지로 마련했다는 곳도 차액을 내고 들어오라는 식"이라며 "인천시, 조합, 교회가 모두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10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점이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조합은 2009년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이들 교회가 이전할 수 있는 대체 용지를 마련했으며, 노후한 원도심 개발을 위해서는 사업 추진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는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998㎡에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31개 동을 지어 2천986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 구역에는 1961년 설립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 교회)와 114년 전 세워진 화도교회가 있어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보존 요구가 잇따랐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국가기관이 개입한 노조 탄압 사례로 알려진 동일방직 '분뇨 투척 사건' 당시 여성 근로자들이 몸을 피한 장소이며, 화도교회는 일제강점기 부녀자와 어린이들 교육을 지원하는 등 청년 운동의 요람 역할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