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33년 봉사활동으로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 오른 서귀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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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동백봉사회서 활동…15년간 탈북민, 재난 피해자 대상 심리상담 봉사
최근 코로나19 우울감 자영업자·노인 상담…"취약계층 발굴 촘촘했으면" "상담으로 시작했다가 눈물바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이야기와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으십니다. 그렇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들어드려야죠."
스트레스를 숙명처럼 끼고 사는 현대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심리적 재앙이다.
한층 짙어진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일은 어느 때보다 값진 치유 효과를 낸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동백봉사회에 소속된 서귀연(67) 씨는 심리상담 봉사로 소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대 미혼 시절부터 봉사를 즐겼던 서씨는 1988년부터 적십자사 봉사회 소속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적십자사 봉사회 경력만 약 33년에 달하는데, 최근 15년 정도는 심리상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처음 심리상담을 시작한 것은 탈북자를 도우면서다. 당시만 해도 심리상담 봉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때여서, 주로 생필품 지원을 할 때 손을 잡고 고충이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나 전문성이 커졌고, 이후 재난심리·산업안전심리 상담사 자격까지 획득했다.
상담 봉사 수요는 그 분야가 다양했고, 대상자의 연령이나 계층도 폭넓었다. 경주·포항 지진, 태풍 피해, 기름 유출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는 복구 작업과 함께 심리상담 봉사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단연 코로나 블루로 힘겨워하는 시민들이 많다.
"누구나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겠지만, 장사가 안돼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나 경로당에도 못 나가는 어르신이 느끼는 우울감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했어요.
코로나19로 대면 봉사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 분들에게 다가가서 상담하면 의외로 정말 고마워하고 힘을 얻으실 때가 많아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의 마음부터 보듬는 일이 중요하다고 또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
1∼2시간에 걸쳐 상담하다 보면 학대, 가정폭력 등의 내밀한 상처까지 털어놓으면 눈물을 쏟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한두 번의 상담으로도 후련해하며 기운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다만 때때로 다소 심각한 우울감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사람은 전문의와 연결해 심리 치료를 받도록 돕기도 한다.
수많은 상담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했다.
"경주 지진 때 '집이 계속 흔들리는 것 같다'며 심각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을 만난 적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심리가 아주 불안해 보였죠. 6번 정도 상담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유년 시절, 왕따 피해 등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힘을 얻은 아가씨는 이후 취업에 성공하고 사회활동도 잘하고 있죠. 얼마 전에는 '밥을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봉사 활동을 통해 비타민 같은 인연을 만나서 제가 정말 고맙습니다.
" 30년 넘게 봉사를 이어오면서 서씨가 느낀 점은 '복지 사각지대는 언제나 있다'는 점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가 발굴·관리하는 취약계층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던 이웃 중에 해녀 일을 하는 할머니가 3명의 손주를 돌보는 집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 손자는 학교에 갈 차비가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어딘가 살아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복지 혜택을 보지 못했어요.
그 할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안타까움이 더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이웃들을 찾아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복지 시스템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33년의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은 서씨는 올해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긴 시간 노력을 인정받은 영예로움을 서씨는 모두 남편에게 돌렸다.
서씨는 "명예의 전당에 남편 이름을 올리면 안 되냐는 농담도 했는데, 정말 남편과 두 아들에게 고맙다.
봉사활동 하면서 시간도 많이 들였지만, 주부에게 적지 않은 액수의 돈도 들었다.
집안이 평안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응원하지 않았다면 주부로서 봉사활동을 이어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의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우울감 자영업자·노인 상담…"취약계층 발굴 촘촘했으면" "상담으로 시작했다가 눈물바다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이야기와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으십니다. 그렇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들어드려야죠."
스트레스를 숙명처럼 끼고 사는 현대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온 심리적 재앙이다.
한층 짙어진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일은 어느 때보다 값진 치유 효과를 낸다.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동백봉사회에 소속된 서귀연(67) 씨는 심리상담 봉사로 소중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대 미혼 시절부터 봉사를 즐겼던 서씨는 1988년부터 적십자사 봉사회 소속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적십자사 봉사회 경력만 약 33년에 달하는데, 최근 15년 정도는 심리상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처음 심리상담을 시작한 것은 탈북자를 도우면서다. 당시만 해도 심리상담 봉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할 때여서, 주로 생필품 지원을 할 때 손을 잡고 고충이나 하소연을 들어주는 정도였다고 한다. 다만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나 전문성이 커졌고, 이후 재난심리·산업안전심리 상담사 자격까지 획득했다.
상담 봉사 수요는 그 분야가 다양했고, 대상자의 연령이나 계층도 폭넓었다. 경주·포항 지진, 태풍 피해, 기름 유출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서는 복구 작업과 함께 심리상담 봉사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단연 코로나 블루로 힘겨워하는 시민들이 많다.
"누구나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겠지만, 장사가 안돼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나 경로당에도 못 나가는 어르신이 느끼는 우울감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했어요.
코로나19로 대면 봉사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 분들에게 다가가서 상담하면 의외로 정말 고마워하고 힘을 얻으실 때가 많아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람의 마음부터 보듬는 일이 중요하다고 또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
1∼2시간에 걸쳐 상담하다 보면 학대, 가정폭력 등의 내밀한 상처까지 털어놓으면 눈물을 쏟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한두 번의 상담으로도 후련해하며 기운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다만 때때로 다소 심각한 우울감을 지닌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으며, 그런 사람은 전문의와 연결해 심리 치료를 받도록 돕기도 한다.
수많은 상담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했다.
"경주 지진 때 '집이 계속 흔들리는 것 같다'며 심각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20대 여성을 만난 적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심리가 아주 불안해 보였죠. 6번 정도 상담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유년 시절, 왕따 피해 등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그렇게 힘을 얻은 아가씨는 이후 취업에 성공하고 사회활동도 잘하고 있죠. 얼마 전에는 '밥을 대접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어요.
봉사 활동을 통해 비타민 같은 인연을 만나서 제가 정말 고맙습니다.
" 30년 넘게 봉사를 이어오면서 서씨가 느낀 점은 '복지 사각지대는 언제나 있다'는 점이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가 발굴·관리하는 취약계층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던 이웃 중에 해녀 일을 하는 할머니가 3명의 손주를 돌보는 집이 있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큰 손자는 학교에 갈 차비가 없을 정도로 가난한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어딘가 살아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복지 혜택을 보지 못했어요.
그 할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안타까움이 더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이웃들을 찾아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것이 복지 시스템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33년의 봉사활동 실적을 인정받은 서씨는 올해 '울산 자원봉사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긴 시간 노력을 인정받은 영예로움을 서씨는 모두 남편에게 돌렸다.
서씨는 "명예의 전당에 남편 이름을 올리면 안 되냐는 농담도 했는데, 정말 남편과 두 아들에게 고맙다.
봉사활동 하면서 시간도 많이 들였지만, 주부에게 적지 않은 액수의 돈도 들었다.
집안이 평안하지 않았다면, 가족들이 응원하지 않았다면 주부로서 봉사활동을 이어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의 지원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