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침전물 쌓이고 녹슨 듯 죽어가는 폐광지 계곡물

태백시 지지리골 폐광 탄광 갱내수 유입으로 '몸살'
강원 태백시민의 산책길로 인기 많은 지지리골이 폐광한 탄광에서 쏟아지는 중금속을 머금은 갱내수로 죽어간다. 태백 도심에서 가까운 지지리골 계곡물은 과거 가재가 서식할 정도로 맑았다.

그러나 1993년 함태탄광 폐광 이후 상류 산기슭에서 갱내수가 유입되면서 계곡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가동을 중단한 광산 지하수에는 시설물 등 지하갱도 주변 중금속이 녹아들고, 중금속을 머금은 갱내수는 지표로 배출돼 하천 등을 오염시킨다. 지지리골의 갱내수 유출 지점은 과거 함태탄광 갱구가 있던 지지리골 위쪽 자작나무숲 바로 옆 땅 구멍이다.

최근 갱내수 유출 현장을 둘러봤더니, 지름 60㎝ 정도의 땅 구멍에서 갱내수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땅 구멍에서 유출된 갱내수는 자작나무숲 사이를 지나 계곡으로 끊임없이 흘러 들어갔다.
◇ 주민 "불쾌한 냄새까지…동네 다 망쳐놓았다"
그리고 땅 구멍과 계곡 사이 물길 바닥에는 밀가루를 풀어놓은 듯 흰색 침전물이 가득했고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갱내수에 섞인 알루미늄 성분이 화학작용으로 하천 바닥에 가라앉는 백화현상이다.

계곡물과 만난 갱내수는 철 성분으로 말미암아 계곡 바닥에 붉은 침전물을 만드는 황화현상을 일으켰다.

녹슨 듯 계곡 바닥을 붉게 만드는 황화현상은 구멍에서 하류로 3㎞ 떨어진 주민들이 주거지역까지 이어졌다.

주민 한진호(72)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계곡물 오염 상태가 눈에 띄게 심각해졌고, 요즘은 계곡물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정도"라며 "오염된 계곡이 동네를 다 망쳐놓았다"고 말했다.
◇ 하루 유출량 30배 급증…"지난해 태풍 등 영향"
갱내수 유입으로 말미암은 계곡물 오염이 심각한 상태라는 이야기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모니터링에서도 하루 20t이던 갱내수 유입량이 지난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 이후 600t으로 무려 3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은 갱내수 유출량이 급증하자 산림청, 태백시 등과 합동 조사를 한 데 이어 지지리골 수질정화시설 조성사업을 4단계 광해 방지 기본계획에 반영했다.

4단계 광해 방지 기본계획 기간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 관계자는 29일 "지난해 태풍이 동반한 많은 비와 같은 시기 태백광업의 폐광 영향이 겹치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판단된다"며 "유출량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수질정화시설 설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