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수아레스 나바로·손가락 장애 존스…'위대한 패배자'

카를라 수아레스 나바로(138위·스페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2016년 여자프로테니스(WTA) 단식 세계 랭킹 6위까지 올랐던 그는 지난해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올해 33세인 수아레스 나바로가 원래 2020년 은퇴를 계획했던 만큼 혈액암 판정과 함께 그의 선수 생활도 끝나는 것으로 다들 알고 있었다.

암 투병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수 생명은 물론 그의 삶 자체도 불투명한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코트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던 수아레스 나바로는 그러나 암과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했고, 올해 4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완치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암 때문에 은퇴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며 2021시즌까지 선수로 뛰겠다고 밝혔다.
'암보다 강하다'는 문구가 새겨진 상의를 입고 완쾌 소식을 전했던 수아레스 나바로는 5월 프랑스오픈을 통해 코트에 복귀했고, 영국 런던의 윔블던에서 진행 중인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도 출전했다.

그러나 대진운이 좋지 못했다.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2017년 US오픈 우승자 슬론 스티븐스(미국)를 만나 1-2(6-3 6-7<4-7> 4-6)로 역전패했고, 30일(한국시간) 열린 윔블던 1회전에서는 현역 세계 랭킹 1위 애슐리 바티(호주)에게 역시 1-2(1-6 7-6<7-1> 1-6)로 졌다.

수아레스 나바로는 이날 바티에게 졌지만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바티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며 7-1로 이겼고, 경기가 끝난 뒤 팬들과 상대 선수 바티는 코트를 떠나는 수아레스 나바로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암으로 투병하면서 "항암 치료를 받으며 머리카락도 빠졌지만 나는 원래 짧은 헤어 스타일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했던 수아레스 나바로는 이날도 "마지막 윔블던에서 세계 1위 선수와 센터 코트에서 경기했기 때문에 나는 가장 행복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수아레스 나바로의 어머니 마리아 돌로리스가 관중석에서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수시로 잡혔다.

수아레스 나바로는 "어머니가 윔블던 센터코트 경기를 보고 싶어 하셨다"면서도 기자들에게 "어머니에 대한 질문은 이제 그만해달라"며 자칫 감정이 격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바티 역시 "수아레스 나바로는 특별한 사람이고, 훌륭한 선수"라며 "라커룸에서도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상대 선수를 칭찬했다.

수아레스 나바로는 올해 8월 개막하는 US오픈에서 은퇴 전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양쪽 손가락이 4개씩인 프란체스카 존스(211위·영국)도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 1회전에서 코리 고프(23위·미국)를 상대로 잘 싸웠으나 0-2(5-7 4-6)로 졌다.

존스는 올해 1월 호주오픈 예선을 통과, 본선에 진출하며 화제가 된 선수다.

태어날 때부터 양쪽 손에 손가락이 4개였던 존스는 발가락은 오른쪽이 3개, 왼쪽은 4개다.

테니스 선수로 성공하기 불리한 조건에도 그는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했고, 올해 2월 WTA 투어 대회에서도 단식 본선 승리를 따냈다.

5월 프랑스오픈 예선에서는 1회전 탈락한 그는 이번 대회에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출전했다. 고프는 존스에 대해 "상대가 좋은 경기를 했는데 내가 운이 좋아 몇 포인트를 따내며 이길 수 있었다"며 "주위에서 '테니스 선수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서 여기까지 온 존스의 이야기는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