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많이 쓰는 데이터센터·공장, 수도권에 짓기 힘들어진다

'전력계통 영향평가' 실시해 대규모 전력 수요 지역 분산 유도
공공 주도 ESS 설치, 재생에너지 통합 관제시스템 구축
정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 전략' 발표
앞으로 전력 소비가 많은 공장이나 기업, 데이터센터는 수도권에 들어서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수도권 등을 '전력수요 밀집 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 입지하려는 기업 등에 대해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제23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안건을 상정,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 등에서 재생에너지, 연료전지 등 분산형 전원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분산형 전원은 전력이 소비되는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40MW 이하의 모든 발전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집단에너지, 자가용 발전설비 등을 뜻한다.

정부는 분산형 전원 발전 목표 30% 달성을 위해 ▲ 관련 인프라를 늘리고 ▲ 분산에너지의 생산·소비를 확대하며 ▲ 분산에너지 친화적인 전력시장과 제도를 조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소비)가 분산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전력수요가 너무 많이 몰리면 계통포화가 우려되고, 이를 완화하려면 신규 송전선로 증설, 발전설비 투자가 필요하지만 주민 반대 등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의 69%는 현재 수도권에 몰려있다.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 신규 전력 수요의 93%(7.7GW)도 수도권에 편중돼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수도권 등을 '전력수요 밀집 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에 입지하려는 기업이나 공장 등에 대한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처럼 사업자가 전력 수급을 어떻게 할지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정부와 한전·전력거래소가 참여하는 전문 심의위원회가 과부하·전압 등 기술적 요소와 사회적 수용성, 발전기의 송전손실 규모, 지역 내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구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도 비에너지 사업자가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수요 시설을 짓는 것은 어려웠다"며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전력 수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전력수요 밀접지역 이외의 지역에 입주하면 수전용 송전설비 구축 비용 일부 지원, 한시적 특례요금 적용 등 인센티브를 주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게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공이 주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구축할 계획이다.

제주도의 경우 과잉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력 때문에 강제로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멈춰 세워야 하는 일이 잦은데, 이런 지역에 ESS를 설치해 남아도는 전력을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제주 지역에 재생에너지 150MW를 추가 수용할 수 있는 ESS 23MWh를 연내 구축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는 1조원 가량을 들여 신남원변전소 등 예비력 확보가 시급한 12개 변전소에 총 1천265MWh ESS를 구축한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해 남는 전력은 열이나 가스, 운송 부문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전기보일러나 히트펌프 등을 활용해 열에너지로 전환한 뒤 난방사용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제주 지역 호텔, 병원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업장에 열에너지 전환 설비를 설치할 수 있게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 소유자는 태양광이 많이 생산되는 낮에 전기를 충전한 뒤 밤에 방전하면서 전기를 팔 수 있다.

이를 위해 양방향 충전 등 기술개발과 실증·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정부는 규제 유예를 통해 주유소를 전기·수소차 충전과 자가 발전이 가능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유소 안이나 인근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전원을 설치해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일부를 자체적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유소 내에는 관련 법상 ESS·연료전지는 설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이 밖에 사전에 계획한 발전량을 예측해 제출하고 이를 이행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입찰제도를 비롯해 실시간·보조서비스 시장 도입, 통합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 구축, 배전계통 운영 제도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분산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통합발전소 등 관련 제도를 실증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분산에너지 활성화 전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