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김형준 사건 공수처로…직접수사 할까

고발인측 "검찰, 이첩 요청에도 6개월간 들고만 있어"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렸던 김형준(51) 전 부장검사의 뇌물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어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중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김 전 부장검사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직접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3∼9월 옛 검찰 동료인 박모(51)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4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 전 부장검사는 중·고교 동창인 '스폰서' 김모(51)씨의 수사 관련 편의를 봐주며 수년간 향응 접대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최종 확정된 바 있다. 이번에 공수처로 넘어온 혐의는 당시 대검찰청이 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수사를 하면서도 뇌물로는 인정하지 않고 종결했던 건이다.

이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9년 10월 스폰서 김씨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면서다.

경찰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한 뒤 1년가량 수사를 이어가다 작년 10월 말께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약 8개월간 사건을 쥐고 있다가 최근 공수처로 이첩했다.

김씨 측 변호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사건을 뭉갤까 우려해 공수처 출범 이후 수도 없이 이첩을 요청했는데 이제야 이첩했다"며 공수처에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공수처가 입건된 사건의 90% 이상을 검사 비위로 채우는 등 '검사 저격수'의 면모를 보여온 만큼 이번 사건도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한 점을 보면 두 수사기관 모두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 결정을 공수처가 하는 '조건부 이첩'으로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로 재이첩할 수도 있지만, 최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의혹 사건 관할을 두고 검찰과 잇따라 충돌을 빚었기에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공수처는 이미 검사 13명이 10건 안팎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어 빠른 속도로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사건 처리 방향을 묻는 말에 "사건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