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면서도 유쾌한 인생 후반전…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일본 베스트셀러 원작…'남극의 쉐프'의 오키타 슈이치 감독 연출

남편은 일찍 죽고, 자식들과는 소원하다. 그래도 인생은 남아있고 시간은 흘러간다.

외로운 건 사실이지만, 우울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힘을 내보자.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75세 할머니 모모코의 인생 후반전을 들여다본다.

모모코는 노년의 삶을 '고독'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프레임을 담담하게 걷어낸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 아주 깊게 배어있는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젊은 시절 남편이 잡아주던 벌레를 이제는 종이를 돌돌 말아 힘있게 내려쳐 죽이고, 아침마다 구부정한 자세로 양팔을 뒤로 쭉 뻗어 허리에 파스를 붙인다.

떠난 사람의 빈자리가 만든 허전함을 혼자서 능숙하게 채워나간다. 동네 병원과 도서관을 들르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도 단조롭지만 편안하게 다가온다.

사실 모모코는 젊은 시절 정략결혼을 피해 고향에서 도망친 '신여성'이다.

이후 일하던 식당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이뤘고, 아내이자 엄마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그에게 혼자가 된 노후의 삶이 처음부터 만족스러웠을 리는 없다.

영화는 젊은 시절의 모모코와 현재의 모모코를 교차하며 보여주며 대비시킨다.
세월이 흐르며 담담해진 표정에는 '혼자'에 적응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남아있다.

연락을 끊은 아들은 없는 자식인 셈 치고 살아야 마음이 편안하다며 쿨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딸이지만 연락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도 다사다난한 부침을 겪은 뒤에야 찾아왔을 것이란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혼자인 삶이 서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모코는 남편의 죽음이 슬픈 동시에 이제야 오롯이 자유로워졌다는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모모코에게는 고향 사투리로 말을 거는 3인방이 따라다니는데, 이들은 모모코의 내면 목소리로 오랜 시간 잊고 살았던 속마음을 마주하게 한다.

3인방과 춤추고 노래하는 모모코는 본연의 '나'로 돌아가 유쾌하게 지금의 순간을 누린다.
영화는 남편과 사별 후 아들의 권유로 63세에 오랜 꿈이었던 소설가로 데뷔한 와카타케 지사코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그는 이 책으로 일본 최고 권위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았고, 책은 아마존재팬 소설 분야 1위에 올랐다.

와카타케 작가는 남편의 죽음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어느 순간, 이 시기를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남편이 자신에게 준 시간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메가폰을 잡은 오키타 슈이치 감독은 '남극의 쉐프'(2009), '요노스케 이야기'(2013), '모리의 정원'(2020)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재치 있는 연출로 모모코의 삶에서 소소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끌어낸다.

현재의 모모코를 연기한 다나카 유코와 젊은 시절의 모모코로 분한 아오이 유의 섬세한 연기도 공감대를 끌어낸다. 오는 15일 개봉. 상영시간 138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