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지구에 1천500만년에 한 번꼴로 공룡대멸종급 소행성 충돌

지구화학 국제학술회의서 "기존 추정치보다 10배 많은 충돌" 제시
지구는 행성 형성 초기에 많은 소행성과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억년이 흐르면서 지각 운동과 풍화 작용으로 직접적인 증거인 충돌구는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달이나 다른 암석형 행성에 남아있는 충돌구를 통해 지구에도 무수히 많은 소행성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이런 추정치보다 10배나 더 많은 소행성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는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의 시몬 마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구화학분야 국제 학술회의인 '골드슈미트 콘퍼런스'(Goldschmidt Conference)에서 약 35억~25억 년 전의 소행성 충돌이 지금까지 추정돼 오던 것보다 10배는 더 많았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콘퍼런스 측에 따르면 이는 약 6천600만 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칙술루브 충돌구를 만들며 공룡 대멸종을 초래한 것과 같은 지름 10㎞ 이상의 큰 소행성이 약 1천500만년에 한 번꼴로 지구와 충돌했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부 소행성이 도시크기만한 것부터 작은 주(州)에 달할 정도로 컸을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고대 암석에 박혀있는 작은 알갱이인 "소구체"(小球體·spherules)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거대한 충돌이 일어나면 용융된 암석 입자와 증기가 하늘로 솟구쳤다가 식으면서 작은 유리구슬 모양의 입자로 땅에 떨어져 암석에 박히게 되는데, 충돌이 클수록 이런 소구체가 두껍고 넓게 분포해 충돌 규모를 알 수 있는 단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소행성 지구 충돌 모델을 새로 만들고 고대 소구체층 자료에 대한 통계 분석과 비교해, 기존 충돌 모델이 지구 형성 초기의 소행성 충돌을 현저히 낮게 잡고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마치 박사는 "소행성 충돌은 이전에 추정되던 것보다 10배는 더 많을 수 있으며, 이는 1천500만 년마다 칙술루브 급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면서 "초기 지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소행성 충돌이 방 안의 소문난 코끼리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행성 충돌 횟수와 강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모른다며 무시되곤 하지만 이는 지구 표면과 대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강력한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대기 중 산소 수치의 변화를 제시했다.

소행성 충돌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시기에 대기 중 산소 수치가 급격한 변동을 보였는데, 서로의 관련성은 추가 연구를 해볼 만한 흥미로운 분야로 다음 연구에서는 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케이프타운대학의 로살리에 토스테빈 박사는 논평을 통해 "약 25억 년 전 대기 중 산소가 항구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일시적인 증가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화학적 증거가 일부 있지만" 상당한 논란이 있다면서 지구의 산소 증가를 행성 내부와 생명체 진화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소행성 충돌은 흥미로운 대안을 제시해 준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