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거래에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는 '자동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가 차량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유용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민단체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소비자 피해사례 5천165건을 분석해 16일 이같이 밝혔다.
전체 사례 중 시동 꺼짐, 부품 하자 등 '성능상태 불량' 피해가 2천447건(47.4%)으로 가장 많았고 차량의 사고 이력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사고이력 미고지'가 588건(11.4%)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피해는 대개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표기되는 정보가 부실해서 발생한다고 한국소비자연맹은 분석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중고차 매매업자는 매매계약 체결 전 소비자에게 차량 주행거리, 주요장치 점검 결과 등을 담은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반드시 발급해야 한다.
하지만 점검기록부에 상태를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배터리, 브레이크, 엔진 경고등 등의 부품이 불량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소비자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보고 차량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해 구매하지만, 기록부 점검 항목 외 부품 상태가 불량해 수리비가 많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능· 상태 점검기록부에서 규정하는 '사고'의 기준이 일반 소비자 인식과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는 차량 프레임이 손상된 경우만 사고가 발생했다고 규정한다.
단순 접촉사고로 외판만 교체했다면 사고 차량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로는 중고차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서 "국토교통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