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무허가 방역택시 성행' 인천공항 가보니…"검역 최전선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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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방역택시 기사, 입국자 지인 행세…격리대상 입국자 접촉 위험
"전쟁터에서 전방은 방치해두고 후방만 신경 쓰면 어떻게 되겠어요. "
지난 13일 오후 4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단기주차장 출구.
택시와 밴 여러 대가 입국자들을 태우고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방역택시 기사 이승원(가명·50대)씨는 "공항에서부터 해외 입국자 관리가 소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방역택시 허가를 받지 않은 일부 차량이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를 태운 채 변칙 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인천공항 누비는 '무허가 방역 택시'…공항 방역 뚫릴라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수속을 마친 입국자는 격리 대상일 경우 10번 출구, 격리 면제일 경우 6번 출구를 통해서만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10번 출구로 나온 격리대상자는 자가 차량, 가족·지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방역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일반 택시는 탈 수 없다. 인천 공항 방역택시는 격리대상자의 초기 동선 확인과 타인 접촉 방지를 위해 작년 4월 도입됐으며,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비말을 막을 수 있는 비닐 차단막이 설치돼 있어 운전기사 등과 접촉이 최소화된다.
택시 승강장에 있는 방역택시를 제외한 영업용 콜밴 차량은 인천공항 내에서 운수 영업을 할 수 없는 무허가 방역택시다.
그러나 방역택시 기사들은 일부 격리대상 입국자들이 무허가 방역택시를 통해 인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10번 출구 앞에서 1시간가량 지켜본 결과 격리 대상으로 추정되는 입국자들이 무허가 방역택시를 이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방역택시 1대가 운행하는 것이 보이면 무허가 택시는 3대 정도 지나가는 식이었다. 입국자들이 많이 몰리는 오후 3시 30분께 한산했던 단기 주차장에 영업용 차량번호판을 단 콜밴 차량 여러 대가 들어왔다.
무허가 방역택시들은 주차 요금을 피하려고 공항 밖에 있다가 사전 예약한 입국자가 도착한 뒤 공항 안으로 진입했다.
무허가 방역택시 기사들은 격리대상자가 가족, 지인 차에만 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지인 행세를 하며 입국자를 주차장으로 데려가 차에 태운 뒤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서울시 소속 방역택시 기사 길태현(가명·50대)씨는 "방역택시는 해외 입국자들을 보건소나 지정 격리지로만 태워줄 수 있다"며 "무허가 방역택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입국자들을 관광지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 입국자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시 방역택시를 예약했지만 더 저렴하게 호텔로 데려다주는 무허가 방역택시 홍보글도 인터넷에서 봤다"며 "인천공항은 외국 공항과 달리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도 않으면서 무허가 방역택시를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무허가 방역택시 대부분은 콜밴업체 소속 차량이어서 공식 방역콜밴과 구분하기 어려워 단속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밴에 탑승하는 승객이 격리 대상자인지 면제자인지를 확인하기도 여의치 않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입국자를) 마중 나온 이들이 실제 가족이나 지인인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방역정책 생색내고 책임지진 않아"…'K-방역' 돌아볼 때
인천공항 무허가 방역택시 영업은 입국자 운송에 대한 방역당국의 지침이 느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격리 대상 입국자가 방역택시나 자가차량 외에 가족·지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을 무허가 방역택시 업체들이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서로 무허가 방역택시 단속 책임을 떠넘기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길 씨는 "기사가 소속된 지자체가 직접 단속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해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울시에선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3월 질병관리청 결정에 따라 서울시 외국인 관광택시를 인천공항 방역택시로 돌려놓은 상황"이라며 "수시로 공항에 가서 방역택시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무허가 방역택시를 단속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방역택시 승인과 관리는 국토부나 각 지자체가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질병청은 방역택시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내리는 업무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관문인 인천공항 관련 방역부터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무허가 방역택시 문제는 제도를 도입할 땐 권한을 행사했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각 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일종의 '행정상 난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육 교수는 "방역 관련 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각 정부 부처 권한이 비효율적으로 분산돼 있어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전쟁터에서 전방은 방치해두고 후방만 신경 쓰면 어떻게 되겠어요. "
지난 13일 오후 4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단기주차장 출구.
택시와 밴 여러 대가 입국자들을 태우고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방역택시 기사 이승원(가명·50대)씨는 "공항에서부터 해외 입국자 관리가 소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방역택시 허가를 받지 않은 일부 차량이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를 태운 채 변칙 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인천공항 누비는 '무허가 방역 택시'…공항 방역 뚫릴라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수속을 마친 입국자는 격리 대상일 경우 10번 출구, 격리 면제일 경우 6번 출구를 통해서만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다. 10번 출구로 나온 격리대상자는 자가 차량, 가족·지인 차량을 이용하거나 방역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일반 택시는 탈 수 없다. 인천 공항 방역택시는 격리대상자의 초기 동선 확인과 타인 접촉 방지를 위해 작년 4월 도입됐으며,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비말을 막을 수 있는 비닐 차단막이 설치돼 있어 운전기사 등과 접촉이 최소화된다.
택시 승강장에 있는 방역택시를 제외한 영업용 콜밴 차량은 인천공항 내에서 운수 영업을 할 수 없는 무허가 방역택시다.
그러나 방역택시 기사들은 일부 격리대상 입국자들이 무허가 방역택시를 통해 인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10번 출구 앞에서 1시간가량 지켜본 결과 격리 대상으로 추정되는 입국자들이 무허가 방역택시를 이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방역택시 1대가 운행하는 것이 보이면 무허가 택시는 3대 정도 지나가는 식이었다. 입국자들이 많이 몰리는 오후 3시 30분께 한산했던 단기 주차장에 영업용 차량번호판을 단 콜밴 차량 여러 대가 들어왔다.
무허가 방역택시들은 주차 요금을 피하려고 공항 밖에 있다가 사전 예약한 입국자가 도착한 뒤 공항 안으로 진입했다.
무허가 방역택시 기사들은 격리대상자가 가족, 지인 차에만 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지인 행세를 하며 입국자를 주차장으로 데려가 차에 태운 뒤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서울시 소속 방역택시 기사 길태현(가명·50대)씨는 "방역택시는 해외 입국자들을 보건소나 지정 격리지로만 태워줄 수 있다"며 "무허가 방역택시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은 입국자들을 관광지 등으로 이동시키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 입국자는 "인터넷을 통해 서울시 방역택시를 예약했지만 더 저렴하게 호텔로 데려다주는 무허가 방역택시 홍보글도 인터넷에서 봤다"며 "인천공항은 외국 공항과 달리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지도 않으면서 무허가 방역택시를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무허가 방역택시 대부분은 콜밴업체 소속 차량이어서 공식 방역콜밴과 구분하기 어려워 단속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밴에 탑승하는 승객이 격리 대상자인지 면제자인지를 확인하기도 여의치 않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입국자를) 마중 나온 이들이 실제 가족이나 지인인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 "방역정책 생색내고 책임지진 않아"…'K-방역' 돌아볼 때
인천공항 무허가 방역택시 영업은 입국자 운송에 대한 방역당국의 지침이 느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격리 대상 입국자가 방역택시나 자가차량 외에 가족·지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을 무허가 방역택시 업체들이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과 지자체가 서로 무허가 방역택시 단속 책임을 떠넘기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길 씨는 "기사가 소속된 지자체가 직접 단속에 나서야 된다고 생각해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울시에선 별다른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3월 질병관리청 결정에 따라 서울시 외국인 관광택시를 인천공항 방역택시로 돌려놓은 상황"이라며 "수시로 공항에 가서 방역택시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는 있지만 무허가 방역택시를 단속할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방역택시 승인과 관리는 국토부나 각 지자체가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질병청은 방역택시에 대한 기준과 지침을 내리는 업무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방역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관문인 인천공항 관련 방역부터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무허가 방역택시 문제는 제도를 도입할 땐 권한을 행사했으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각 부처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일종의 '행정상 난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육 교수는 "방역 관련 행정을 주도하고 있는 각 정부 부처 권한이 비효율적으로 분산돼 있어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