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동거' 선택한 영국과 싱가포르…처방은 극과 극

영국 '전면 개방' vs 싱가포르 '점진적 완화'

영국과 싱가포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일상화를 인정하고 '동거'를 선언했지만 대응 방식은 엇갈린다. 영국은 19일 거리두기와 같은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사실상 전면 해제키로 한 반면, 싱가포르는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을 두는 것을 포함해 점진적 접근법을 채택한 것이다.

인구 6천600만명의 영국과 569만명의 싱가포르는 인구 규모와 문화가 다른 만큼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응 방식도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 마스크 착용 늦었던 영국 vs 앱 추적 활용한 싱가포르
지난해 봄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될 때 영국 정부는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이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나 봉쇄 조치 등 방역 조치에 늦게 나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국경 봉쇄와 더불어 역학 조사 및 진단 검사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구축했다.

일찍부터 격리 규정도 적용했다. 무선 블루투스 기술이 적용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밀접 접촉자를 추적했고, 격리도 신속하게 시행했다.

관료적 통제에 익숙한 싱가포르의 독특한 환경과,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경험도 있어 방역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영국 '전면 개방' vs 싱가포르 '점진적 완화'
지난달 싱가포르는 '뉴노멀'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전에 내세웠던 '확진자 제로' 모델에서 인플루엔자처럼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확진자 일일 모니터링에서 중증 환자를 챙기는 쪽으로 방역의 중심을 옮겼다.

현재 평균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6명에 불과하지만, 경제 재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체 인구 약 40%가 2회 접종을 마쳤고, 정부는 다음 달 9일까지는 전체 인구 4분의 3을 접종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아직 사적 모임은 5인으로 제한된다.

이번 주부터는 헬스장과 같은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2주마다 코로나 검사가 필수다.

옹예쿵 싱가포르 보건장관은 향후 제재 완화 조치에 대해 "영국이 취한 '빅뱅 전략'과는 달리 점진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코로나와의 동거를 선언했다.

독감처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지만 전략은 싱가포르와 딴판이다.
존슨 총리는 이달 19일 '자유의 날'을 선포하면서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두기 등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제재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집권 보수당은 옹호하는 입장이지만, 과학계는 아직 집단 면역이 달성되지 못한 점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성인 인구 약 66%가 2회 접종을 마쳤지만, 1천7백만명 정도가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료진 등 전문가 100명은 지난 7일 "정부가 위험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을 강행하고 있다"며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비판이 커지자 총리는 붐비는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는 등 국가보다는 시민 개개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보건 정책과 경제활동 간에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지만, 이 둘이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의 듀크-NUS 의과대학 교수 데이비드 맷처 교수는 "경제활동 재개가 당장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과가 또 다른 감염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