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엉덩이 프리미엄'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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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인상률 결정 이면엔"대통령의 공약도 있었으니 9000원은 넘겨야 했을테고 1.5% 정도는 '엉덩이 프리미엄'이라고 봐야지."
공익이 주도하는 '퍼즐 맞추기'
최임위도 인정하는 협상배려분
"관행적으로 활용해온 산출근거"
지난 12일 밤 인상률 5.1%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한 경제학자 A씨의 귀띔입니다. 과거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던 사람입니다. 풀어보자면 이번 심의가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 결정인 만큼 문 대통령의 공약인 '시급 1만원'은 불가능하더라도 상징적인 금액인 9000원을 넘기려면 3% 초반대의 인상률은 기정사실이었던데다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대한 배려분이 더해져 최종 5.1%로 결정된 것이라는 얘기입니다.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인상률 결정 근거로 경제성장률(4.0%)와 소비자물가상승률(1.8%)를 합산한 뒤 취업자증가율(0.7%)를 뺀 수치라며 5.1%를 설명했습니다. 참고로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관련해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중소기업중앙회 등에서 이의제기를 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5~6% 수준의 인상률로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사실 최저임금위원회 안팎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습니다. 작년과 올해 적용 최저임금이 전년에 비해 각각 2.9%, 1.5%만 올라 공익위원들도 큰 부담을 갖고 있다는 얘기는 심의 시작 전부터 돌던 얘기였습니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을 앞둔 직전 주에 코로나19 방역조치 강화로 초유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발령되면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고려해 "인상률을 좀 낮춰야 하나"라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1% 오른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문제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인상 근거가 누가 봐도 쉬이 수긍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거꾸로 A경제학자의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미 사전에 어느 정도 결정이 돼있기 때문에 해당 인상률을 맟추기 위한 조정분, 즉 '엉덩이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 결정이 객관적 기준 없이 결정됐다는 지적에 펄쩍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협상 배려분' '협상 조정분'이라고도 불리는 엉덩이 프리미엄의 존재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위원회도 이미 인정한 바 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 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년도 16.4%에 이어 또다시 10.9%라는 기록적인 인상률을 기록했던 해입니다. 당시 최저임금위원회는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매우 이례적으로 7페이지에 달하는 위원장 브리핑 자료와 별개로 8페이지짜리 '2019년 적용 최저임금 관련 주요 쟁점 Q&A' 자료까지 배포했습니다. 당시 최저임금 인상률 10.9%의 근거는 임금인상 전망치(3.8%), 산입범위 확대 따른 실질임금 보전(1%), 협상배려분(1.2%), 소득분배 개선분(4.9%)이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당시 협상배려분 1.2%에 대해 설명한 내용입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지는지,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입니다. "협상조정분 또는 협상배려분이라 함은 관행적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관행적으로 활용해온 산출근거 중 하나다. 통상 노·사·공익위원이 모두 표결까지 참여하면 협상조정분, 어느 일방이 불참하면 협상배려분으로 표시했으나 일관된 것은 아니었다. 통상적으로 최종 인상률이 객관적 지표로 설명되는 인상률보다 큰 것이 대부분이며,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잉여(residual)의 개념으로 활용해왔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