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 뒤쿠르노 감독 "더 많은 여성 감독이 뒤 이을 것"(종합)

28년 만에 여성 수상자…타부문 최고상도 여성 감독이 휩쓸어
다양성 요구 속 경쟁 부문 오른 아시아 영화 3편 모두 수상

중국의 젊은 여성 감독 클로이 자오에게 작품상과 감독상을 안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어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이 여성 감독에게 돌아갔다.
칸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 28년 만이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진행된 제74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프랑스 여성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37)의 '티탄'이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티탄'의 시놉시스는 미제 살인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아버지가 10년 전 사라졌던 아들과 재회하는 이야기로 소개됐다.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조각이 남게 된 한 여성은 자동차와 이상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남성으로 신분을 위장한 이 여성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는 "급진적인 공포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수상했던 반면,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티탄'은 심사위원단 내부에서 대화와 토론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뒤쿠르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어린 시절 매년 칸 시상식을 보며 무대에 오른 저 영화들은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내가 같은 무대에 있지만 내 영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영화도 영화를 만든 사람 눈에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영화가 괴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뒤쿠르노 감독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상자라는 역사적 의미를 인정하면서도 "내가 받은 상이 내가 여성인 것과는 관련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이기 때문에 제인 캠피온이 수상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많이 생각했다"며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금종려상 발표는 시상식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하지만 스파이크 리 심사위원장의 실수로 행사 초반 발표되며 김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뒤쿠르노 감독은 "너무 이상해서 믿기지 않았다.

내가 잘못 들었거나 그가 잘못 읽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영화계에서는 최근 성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 영화제에서는 아녜스 바르다, 케이트 블란쳇, 셀마 헤이엑 등 82명의 여성 영화인들이 레드카펫에서 성평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82라는 숫자는 역대 황금종려상 후보작 중 남성 감독의 작품 수 1천645편과 비교해 여성 감독의 작품 수가 82편에 불과했던 것을 의미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도 후보작 24편 중 여성 감독의 작품은 단 4편에 불과했다.

올해는 경쟁 부문 외에도 주요 부문 최고상을 여성 감독들이 휩쓰는 기록도 썼다.

단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세상의 모든 까마귀들'의 탕이 감독, 주목할만한 시선 그랑프리 수상작인 '움켜쥐었던 주먹 펴기'의 키라 코발렌코 감독, 황금 카메라상 수상작인 '무리나'의 안토네타 알라맛 쿠시야노비치 감독 모두 여성이다.

비록 한국 영화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경쟁 부문에 오른 단 세 편의 아시아 영화가 모두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란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웅'이 심사위원대상을,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메모리아'가 심사위원상을 공동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각본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