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파괴됐다" 서유럽, 산더미 복구작업 앞 망연자실

건물 전부 휩쓸려나가고…전기·가스·통신 아직 두절
독일 서부 이어 동남부 난리…"복구에 수십억유로 필요"
기록적 폭우에 이은 홍수로 최악의 수해가 발생한 서유럽이 상흔을 완전히 치유하기까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을 강타한 홍수가 잦아들면서 17일(현지시간) 수재민들이 대규모 피해복구작업을 시작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사망자만 180명이 넘는 워낙 큰 홍수여서 피해복구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독일에서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은 지역인 라인란트팔츠주(州) 아르바일러 온천마을 바트노이에나어에서도 복구작업이 시작됐으나 건물은 전부 물에 휩쓸려 나가고 전기와 가스, 통신은 아직도 끊긴 상태라 난항을 겪는다. 이 마을에서 와인가게를 운영하는 미하엘 랑은 로이터통신에 "전부 파괴됐다"라면서 "눈으로 안 보고는 상황을 모를 것"이라고 울먹였다.

라인란트팔츠주에선 홍수로 최소 670명이 다치고 110명이 목숨을 잃었다.

독일 전체 사망자가 현재까지 156명으로 집계되는데 70%가 이곳에서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8일 라인란트팔츠주 슐트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슐트도 라인강 지류인 아어강이 범람하면서 수해를 입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이날 라인란트팔츠주와 함께 큰 피해가 발생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를 찾아 수재민을 위로했다. 이런 가운데 메르켈 총리 후계자로 꼽히는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가 대통령이 수재민을 위로하는 중에 다른 참석자와 농담하며 웃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불렀다.

레셰트 주지사는 이후 트위터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라인란트팔츠주 등 서부가 홍수에서 벗어났더니 이번엔 남동부 바이에른주가 위기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바이에른주 베르히테스가데너란트시는 이날 밤 폭우로 인한 홍수로 2명이 사망하자 재난상황을 선포했다.
벨기에도 수해를 크게 입었고 힘겨운 구조·복구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벨기에에선 이번 홍수로 최소 27명이 숨졌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20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벨기에는 전체 10개주 가운데 4개주에 군을 파견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리에주주(州) 주도 리에주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구조대가 지원을 오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번 홍수 피해복구에 독일에서만 수십억 유로가 들 것으로 봤다.

독일 보험업계는 이번 홍수로 올해 자연재해에 따른 보상금 지급액이 2013년 기록된 최고치 93억유로(약 12조5천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홍수 이전에 최악의 홍수였던 2002년 8월 홍수 때 보험처리가 된 피해규모만 45억유로(약 6조600억원)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폭우와 홍수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된 건물은 전체의 4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벨기에 외 스위스와 네덜란드 등도 이번에 홍수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