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필로폰 1㎏ 제조

경찰 3만3천명 동시투약분·33억원상당 제조한 30대 검거
교도소·인터넷서 기술 습득…도심 주택가 원룸서 만들어
냄새 때문에 들킬까 봐 환풍기 설치, 꼭대기 층 임대
경북 구미 한 주택가 원룸에서 3만3천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직접 만들어 유통을 시도한 30대가 검거됐다.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30대 A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올해 4월부터 경북 구미 주택가 원룸에서 필로폰 1㎏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필로폰 1㎏은 3만3천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불법 유통 가격을 기준으로 33억원어치에 달한다.A씨는 처방전 없이 약국 등에서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에서 성분을 추출해 필로폰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모방범죄 우려 때문에 경찰청 지침에 따라 범행에 어떤 일반 의약품을 사용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A씨는 서울 종로에 있는 약국 도매상을 돌면서 필로폰의 원료로 추출할 특정 성분이 있는 약 1천여 통을 사 모았다.알약으로 환산하면 1만여 정 이상이지만, 일반의약품이라 관련 종사자가 아니라도 쉽게 구매가 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렇게 확보한 약으로 원룸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혼합해 필로폰으로 만들었다.

경찰이 A씨 원룸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방안 곳곳에 화학 약품을 분리하거나 섞는 계량컵과 원심분리기, 석션기 등 49종의 기구와 화학 약품 13종이 발견된다.혼합 과정에서 유독 성분이 나오기 때문에 방독면도 있었고, 화학공학 관련 전문 서적과 제조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A씨 노트도 발견됐다.

A씨는 제조 과정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범행이 들통나지 않도록 방안 곳곳에 환풍기를 설치해 놓았다.

창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도 두 개의 환풍기가 나란히 붙어있었고, 악취가 많이 나는 과열기 옆에는 별도의 환풍 통로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갔을 때 원룸 내부는 오랫동안 머물기 어려울 정도로 눈에 통증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원룸 외부 입주민들이나 주변에서는 별다른 민원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교도소 동료 재소자로부터 제조법을 배웠고,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도 방법을 알게 됐다는 진술을 받았다.

A씨는 마약 관련 전과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지난해 말 출소한 이후 또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필로폰을 유통하려고 지인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첩보가 입수되며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제조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A씨가 실제로 유통한 사실이 있는지 추가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로부터 마약 밀반입이 어려워 짐에 따라 국내에서 마약류를 생산하려는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마약을 제조하려다가 적발된 사례가 잇따른다.

2019년 5월에는 서울 종로 한 호텔 방안에서 중국인 마약 제조기술자 등이 필로폰 3.6㎏(12만명 동시 투약분)을 제조하다 덜미를 잡혔다.2018년 경남 거제에서는 30대 남성이 액체 필로폰을 이용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고체 필로폰을 만들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