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살인견' 작년 입양한 견주 과실치사 처벌될까

입양 후 오랜기간 유기견 생활 땐 견주 법적책임 판단 필요
"유기견·들개 등 법적 기준 없어"…견주, 증거 인멸 등 혐의 전면 부인

경찰이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개 물림 사망사건'의 견주로 60대 A씨를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법리 적용과 영장 신청 여부 등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 개농장 주인인 A씨가 해당 대형견을 입양했던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 개가 입양 이후 오랜 기간 유기견 생활을 했을 경우 견주에게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기준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또, 해당 견주가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추가적인 사실관계 조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일 남양주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이 과실치사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는 A씨는 사건 현장 근처에서 불법 개 농장을 운영해 사건 직후 견주로 지목된 인물이다. 하지만 A씨는 사건 발생 직후 경찰 조사에서 "(해당 대형견이) 주변을 배회하는 것을 봤을 뿐 키우거나 관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후 거짓말 탐지기 조사, 해당 개와 A씨의 대면조사, 현장 검증까지 이뤄졌지만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견주 찾기에 난항을 겪던 경찰의 수사가 급진전 된 것은 지난해 중순 해당 대형견과 거의 비슷한 개가 입양됐다는 사실을 파악하면서부터다. 전문가들은 두 개가 동일하다는 소견을 냈다.
하지만 기록상 이 개를 입양했던 B씨는 "비슷한 개를 입양해 키웠지만 얼마 후 죽어서 시체는 태워버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B씨는 결국 "개를 입양해 (A씨에게) 넘겼고, 사건 발생 후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통화 내용 등 B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해당 대형견을 입양했고 사건 이후 증거를 은폐한 정황 등 증거 등을 확보했지만, 법 적용과 구속영장 신청 여부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해당 대형견이 올해 초부터 동네를 떠돌다 목격되는 등 오랜 기간 유기견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견주나 개 관리자의 관리 소홀로 개가 사람을 물어 숨지게 하면 과실치사죄를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키우던 개가 집을 나가 오랜 기간 야생화된 후 사람을 공격했다면, 과거의 개 주인을 해당 개를 점유하며 책임이 있는 견주로 볼 수 있는지는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유기견이 된 지 얼마나 지나야 사실상 야생동물로 볼 수 있는 들개가 되는지 기준 등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해당 대형견은 앞선 현장 조사에서 견주 소유의 개농장에 친숙함을 표하기도 했으며, 목줄 흔적도 발견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전 최소 몇 달간 개 농장 시설을 벗어나 인근 야산과 민가를 돌아다니며 생활해와 유기견 혹은 들개로 볼 여지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해당 견주가 입양 사실부터 증거 인멸 등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후 법적인 처분 방향 등에 대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22일 오후 3시 25분께 남양주시 진건읍 사능리 야산 입구에서 50대 여성이 대형견에 목 뒷부분을 물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으며 해당 대형견은 사고 뒤 119 구급대원이 마취총을 쏴 포획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