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해군, 장기출항 함정에 '항원검사키트' 구비지침 뭉갰다

국방부, 청해부대 출항전인 작년 12월 '올해 1월부터 시행' 지침 하달
청해부대, 감염 판별력 떨어지는 항체검사키트 챙겨…'부실 대응' 원인 비판
국방부가 지난해 말 장기 출항 함정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별을 위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비토록 합동참모본부와 해군본부에 지침을 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침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천400t급)의 출항 전인 지난 1월부터 시행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청해부대는 감별 능력이 떨어지는 '신속항체검사 키트'를 가져갔고, 결과적으로 합참과 해군이 국방부 지침을 뭉갠 꼴이 됐다.

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자로 코로나19 발생 가능성이 높은 부대, 병과 등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구비토록 하라는 지침을 담은 공문을 하달했다. 이 공문에는 구비해야 할 대상 중 한 곳으로 '장기 출항 함정'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사 결과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코로나19 항원·항체 진단키트 1종씩 총 2종을 처음으로 정식 허가하자, 이런 지침을 만들어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침은 지난 1월 1일부로 시행토록 했는데도 합참과 해군은 2월 8일 출항한 34진 문무대왕함에 신속항원검사 키트 대신 '신속항체검사 키트' 800개를 보급했다. 신속항체검사 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반응이 나타났다는 것만 확인되며, 바이러스 존재 여부는 알 수 없어 감염 판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문무대왕함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군수물자 적재를 위해 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기항지에 접안했고, 지난 2일 처음으로 감기 증상자가 나왔다.

부대는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합참에도 보고하지 않은 채 감기약만 투여했다. 이후 감기 환자가 속출하자 부대는 8일 뒤인 지난 10일 40여 명에 대해 신속항체검사를 했고,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만약 신속항원검사를 했다면 격리 등 확산 예방 조처를 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해부대는 사흘 후인 지난 13일에서야 인접 국가 협조 아래 증상자 6명을 샘플로 PCR 검사를 의뢰했고, 이틀 후 이들 모두 확진 판정이 나왔다.

사흘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아 바이러스가 더욱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군 일각에서는 청해부대가 기항지에 경유한 이후 지난 2일과 10일 신속항원검사 또는 PCR 검사를 했다면 급속한 확산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아프리카 인근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을 위해 지난달 출항한 청해부대 35진 충무공이순신함(4천400t급) 장병 가운데 5명이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지 않은 상황도 국방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내 코로나19 상황 대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인 국방부에서 이런 사항을 보고 받았다면, 백신 접종자로 대체토록 해군에 지침을 줬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국방부는 '해군이 적절한 조처를 하겠지'라는 안이함 속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