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훔친 메달" 중국 누른 日선수 비방…번역기까지 동원

국제체조연맹 이례적 성명…감점항목 공개하고 "심사 공정했다"
성적 부진 선수에 비난…올림픽 반대 분위기 속 발언 어려워
특별취재단 = 도쿄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를 누르고 금메달을 딴 일본 선수를 겨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비방이 이어지자 당국이 판정이 공정했다는 성명을 내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31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체조 남자 개인 종합에 출전한 일본 하시모토 다이키(橋本大輝)가 중국 샤오뤄텅(肖若騰)을 누르고 금메달을 딴 것이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을 샀다.

28일 열린 결승에서 하시모토는 0.4점 차이로 샤오뤄텅을 앞섰는데 하시모토가 도마에서 착지 동작을 할 때 발이 매트 밖으로 나갔는데 고득점 한 것에 대한 불만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이어졌다.
도쿄신문은 "훔친 메달이 밤에 너를 죽인다"는 메시지 등 번역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어 글도 SNS에 올라왔다고 전했다. 하시모토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샤오뤄텅은 29일 웨이보에 하시모토와 함께 손에 메달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선수 본인에 대한 과도한 공격을 멈추라"고 자제를 당부하는 글을 올렸다.

국제체조연맹(FIG)은 해당 경기에 대한 상세 감점 항목을 공개하고서 "채점 규칙에 비춰보면 올바르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심사는 공정하고 정확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시모토는 29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메달을 따기까지 도와준 이들에게 사의를 표하고서 "도마의 점수가 이상할지 모르지만, FIG로부터 정식 채점 결과가 나왔다. 감점 항목이 제대로 명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도쿄올림픽이라는 무대에서 결과적으로 판정에 대한 의혹을 낳는 수준의 연기를 한 것이 "죄송하다"고 도리어 사과하기도 했다.

탁구 혼합복식에서 중국을 누르고 승리한 미즈타니 준(水谷隼·일본)은 "죽어라", "꺼져라" 등의 폭언이 개별 메시지로 쏟아졌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이라서 관람객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 줄어든 가운데 선수들은 얼굴을 감춘 공격적인 메시지에 적지 않게 상처를 받고 있다.
체조의 무라카미 마이(村上茉愛·일본)는 29일 경기를 마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중상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멋대로 들어온다.

매우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어렵다.

올림픽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울면서 말했다.

무라카미는 여자 개인종합 결승에서 일본 선수로는 사상 최고기록인 5위를 했으나 메달권에는 들지 못했다.

수영 경영에서 예선에서 탈락한 세토 다이야(瀨戶大也)처럼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선수에 대한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SNS상에서의 선수에 대한 비난이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를 위한 상담 전화를 개설해 놓은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