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눈 뜨고 당한 수비'…8강서 멈춘 김학범호(종합)

특별취재단 =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 역대 최고 성적을 내겠다던 김학범호를 2020 도쿄올림픽 8강에서 멈추게 한 것은 결국 허술한 수비였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1일 일본 요코하마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멕시코에 3-6으로 대패해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상대의 뻔한 공격 패턴에 우리 수비는 눈 뜨고 당했다.

멕시코의 왼쪽 윙포워드인 알렉시스 베가의 발재간과 스피드에 번번이 측면이 뚫리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고 멕시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쉽게 쉽게 한국 골문을 열었다.

멕시코는 전반 12분 베가의 크로스를 루이스 로모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헤딩으로 연결하자 골문 앞에 있던 엔리 마르틴이 머리로 돌려놓아 선제골을 뽑았다. 한국은 이동경(울산)의 동점골로 이른 시간에 균형을 되았지만 전반 30분 다시 베가와 로모의 호흡에 추가 골을 내줬다.

베가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자 로모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공을 터치한 뒤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강윤성(제주)이 페널티지역 안에서 공중볼을 다투던 우리엘 안투나를 밀쳐 전반 39분 페널티킥으로 세바스티안 코르도바에게 세 번째 골을 헌납했다. 후반 초반 이동경의 추격골이 나온 뒤에도 허술한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멕시코는 후반 9분 코르도바의 프리킥을 마르틴이 문전으로 달려들며 헤딩으로 돌려놓아 골문을 갈랐다.

우리 수비 3명이 마르틴 주위에 있었지만 너무나도 편하게 슈팅을 허용했다.
후반 18분 코르도바, 후반 39분 에두아르도 아기레가 골 맛을 볼 때도 우리 수비는 공이 투입돼 슈팅하는 과정까지 아무도 관여하지 못했다.

수비 조직력은 이번 대회에서 김학범호에 내재한 불안 요소였다.

일단 수비라인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꼬였다.

김학범 감독은 연령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로 중앙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를 최종 엔트리 22명에 넣었다.

하지만 소속팀 허락을 끝내 구하지 못해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인 지난 16일 김민재를 소집해제하고 대신 지난달 김천 상무에 입대한 박지수로 그 자리를 채웠다.

출국 전날 밤에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수는 뉴질랜드와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이 올림픽 대표팀에서 처음 치른 실전이었다.

뉴질랜드전에서 뜻밖의 0-1 패배를 당한 한국은 루마니아와 2차전에서 4골(자책골 1골 포함)을 터트렸고, 온두라스와 3차전에선 무려 6골을 쏟아내며 3경기 동안 10골을 쌓았다.

실점은 뉴질랜드전 1점뿐이었다.

하지만 2, 3차전에 모두 상대 팀에서 퇴장 선수가 나와 수적 우위 속에 경기를 치르면서 우리 수비는 제대로 평가를 받기 어려웠던 면이 있다.

비록 일본에 밀려 A조 2위로 8강에 진출했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8골을 터트린 멕시코의 매서운 공격력에 결국 우려했던 수비 불안이 노출되면서 김학범호의 도전도 끝나게 됐다.

경기 후 박지수는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잘 준비했던 거 같은데 제가 중심을 잘 못 잡아 패배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선수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감독님한테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와일드카드로 뽑혔기 때문에 더 많이 생각하고 자신감도 있었다.

(입대로 인해) 훈련이 많이 안 된 상태로 대표팀에 와서 그 부분이 불안했지만 다른 것은 큰 문제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앙수비수 정태욱(대구)은 "멕시코가 어떻게 나올 거라는 준비는 잘했는데 경기장 안에서 소통과 움직임이 멕시코 선수들보다 느렸다"고 패인을 꼽고는 "우리가 준비 못 한 건 아니지만 멕시코 선수들 기량이 우리보다 뛰어났다. 우리가 실수 안 했다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