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배상' 채권 압류 LS엠트론 "자회사와 거래한 것"

"미쓰비시 중공업 아닌 '미쓰비시 중공업 엔진시스템'과 거래"
피해자측 법무법인 "100% 출자 회사…관계 인정하다 압류 결정뒤 태도 돌변"

법원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미쓰비시)과 거래한 국내 기업의 채권에 대해 압류결정을 내렸지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들에게 실질적 배상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채무자인 미쓰비시 측이 이번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미쓰비시에 지급해야 할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당한 제3채무자인 LS 엠트론은 미쓰비시가 아닌 그 자회사와 거래해왔다고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12일 미쓰비시가 국내 기업인 LS 엠트론 주식회사에 대해 가지는 8억 5천여만원 상당의 물품대금 채권에 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결정을 내렸다.

앞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생존 1명, 사망 3명)의 가족들은 미쓰비시가 LS 엠트론과 거래해 온 사실을 확인, 이달 초 법원에 물품대금 채권을 압류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대법원이 2018년 11월 "미쓰비시는 피해자 1인당 8천만∼1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확정했는데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측이 배상을 이행하지 않자 미쓰비시의 국내 채권을 찾아낸 것이다.

채권압류 결정에 따라 제3채무자인 LS 엠트론이 채무자인 미쓰비시에 치러야 할 물품대금을 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LS 엠트론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채무자가 '미쓰비시 중공업'으로 돼 있는데, 우리가 거래하는 기업은 '미쓰비시 중공업 엔진 시스템'으로 서로 다른 기업"이라며 "사실관계 확인 후 법원의 결정을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쓰비시 중공업 엔진 시스템'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100% 출자한 자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인들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해마루는 "LS 엠트론은 결정문 송달 이전까지 '미쓰비시 중공업'과의 거래 관계를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했지만, 송달 이후 거래 대상 기업이 다르다고 입장을 밝혔다"면서 "이에 관해서는 LS 엠트론이 곧 법원에 제출할 진술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고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에는 아직 법원 결정문이 송달되지 않았다.

결정문을 송달받은 당사자(채무자, 제3채무자 등)는 그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이의신청(즉시항고)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의 즉시항고는 추심 절차 등에 관한 문제가 있을 때만 받아들여질 뿐 채권의 존재 여부 등 실체상의 사유는 항고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즉시항고가 아닌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쓰비시에 지급할 대금 자체가 없다는 LS 엠트론 측 주장으로 볼 때,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반면, 신청인 측이 미쓰비시와 LS 엠트론 간 거래가 이뤄진 것이 사실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채권 추심금 청구 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밖에 LS 엠트론이 미쓰비시 측에 지급할 채권이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고 해도, 대법원판결 이후 3년째 배상을 거부하는 미쓰비시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의 국내 채권 압류 결정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에 이르게 되면 한일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 측에 반복해서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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