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이다!"…뉴욕 한복판 달고나·딱지치기 '진풍경'

뉴욕 관광의 중심지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무리가 등장하자 관광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참가자들은 타임스퀘어 앞에 있는 라인 스토어 앞에서 딱지치기를 했다. 모여든 관광객과 시민들은 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드라마 속 게임을 함께 즐겼다. "오징어게임이다"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26일(현지시간) 한국관광공사는 뉴욕 맨해튼 일대에서는 '오징어 게임과 함께하는 뉴욕 속 한국여행'이란 행사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한국관, 주뉴욕 한국문화원, 코리아타운 등 한국과 관련된 장소를 돌아보고 드라마속 게임을 함께하며 한국 관광을 간접 체험했다. 이번행사에는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80명의 참가자가 함께 했다. 온라인으로 지원한 3115명의 지원자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됐다.

대부분 뉴욕 인근에 사는 시민들이 많았지만 중부 유타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조 데이비스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1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늘 새벽 2시 반에 도착했다"라며 웃었다. 갑자기 내린 비로 비행기가 결항이 되자 다른 비행기를 구해 다시 타고 오느라 평소 5시간이면 오는 뉴욕까지 11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어려움을 참아낸 덕분이었을까. 그는 오징어 게임 속 게임 주최자인 일남과 같은 번호인 1번을 받았고, 다른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현장에서 만난 참석자들 대부분은 한국 드라마, K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좋아하는 드라마, 가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말했다. 뉴욕에서 모델로 일하고 있는 조엘 라미레즈는 한국 드라마 '꽃보다남자', 걸그룹 '소녀시대'와 '카라'의 팬이라고 했다. 그는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갖게 돼 정말 기쁘다"며 "올해 할로윈에는 이 옷을 입을 것"이라고 했다. 뉴저지에 사는 제시카 스프로비에로는 "한국 드라마와 웹툰을 좋아한다"며 "요즘은 유미의 세포들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징어게임 속 게임을 재현한 것이었다. 달고나게임,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 게임이 진행됐다. 드라마 속 진행요원을 연상케 하는 분홍색 옷을 입은 인력도 배치됐다.

드라마 속에서 게임 방법을 배운 참가자들은 익숙하게 참여했다. 달고나 게임이 시작하자 많은 참가자들은 혀로 핥아 달고나를 녹이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같은 방식으로 해낸 것을봤기 때문이다. 크리스 고르디요은 "우산 모양을 뽑은 것을 보고 바늘을 사용하는 대신 처음부터 달고나를 녹였다"며 "8분간 녹인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가지 게임을 통해 우승자로 선발된 찰스 토레스는 한국행 왕복항공권을 선물로 받았다. 그는 "한국은 문화, 미디어,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게임은 미국 게임보다 다양하고, 규칙을 몰라도 어느새 어우러져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박재석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장은 "오징어게임 열풍을 실감했다"며 “드라마 이후 한글, 한국음식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에서 미국 현지인들에게 한국 관광에 대한 관심도를 크게 증대시키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