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참사 피고인 측, 사고원인 조사 결과 '반대신문' 요청(종합)

인과관계 등 재감정 필요성 주장…감리자 증인 신문, 시공사 부실감리 개입 여부에 집중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 관련 재판에서 일부 피고인 측이 사고 원인을 분석한 3개 기관의 감정 결과에 의문을 제기해 반대신문이 진행된다.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는 1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공사 관계자 7명과 업체 3곳(HDC현대산업개발·한솔기업·백솔기업)의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증거의 인정과 부인(증거인부) 등을 다룬 이 날 재판에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와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측은 3개 기관의 사고 원인 감정 결과에 대한 반대신문을 요구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은 각각 사고 원인 감정 결과를 내놓아 증거로 제출했다. 서씨 측 변호인은 "감정서가 원인과 결과만 도출했을 뿐, 인과관계에 대한 검증이 없었다"며 "감정의 기본(로우) 데이터를 살펴본 후, 문제가 있으면 추가 감정을 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씨 측 변호인도 "3개 기관 감정서 작성 주체들에 대한 반대 신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판부는 오는 12월 6일 3개 감정 주체 기관 측 증인들을 출석시켜 사고 원인 감정에 대한 반대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재판 일정 중에는 피고인들이 각각 증인석에 올라 상호 간 책임 공방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의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도급인과 수급인의 책임 범위에 대한 법령 해석 부분도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날 오후 진행된 감리자 차모(59)씨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는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 노모(53)씨의 역할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졌다. 차씨는 "해체공사를 담당하는 회사를 현대산업개발이라고만 생각했다"며 "감리 계약 논의, 감리 자료 요청 등을 모두 현대산업개발 공무부장인 노씨와 했고, 한솔 현장 소장은 나중에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피고인 측 변호인은 "노씨는 연로한 조합 측을 대신해 업무를 봐준 것이고, 해체계약서 등에 공사 업체가 한솔로 명시돼 있는데 이를 모를 수 있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차씨는 증인 신문 내내 "기억나지 않는다", "해체계획서 관련 교육을 받지 못했다", "요청은 했으나 자료를 받지 못했다" 등 전문성이나 책임성이 결여된 상태로 감리 업무에 임했음을 방증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병합 재판의 피고인들은 재개발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안전부장 김모(57)씨·공무부장 노모(53)씨, 일반건축물 철거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도급 업체 백솔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철거 현장 감리자 차모(59)씨 등이다. 이들은 해체 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하고 공사를 하거나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건물(지상 5층·지하 1층) 붕괴 사고를 유발, 인근을 지나던 시내버스 탑승자 17명(사망 9명·부상 8명)을 사상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