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2명과 술먹고 성관계…20대 남성 셋, '무죄' 이유는?

피해자들, 의사 표시 의식과 능력 있다고 판단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 둘을 무인 모텔로 데리고 가 술에 만취하게 하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3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특수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C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10월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중생 D양과 E양을 만나 자신들의 차량에 태워 경기도의 한 무인모텔로 끌고가 ‘술 마시기 게임’을 하며 두 여중생에게 계속 술을 마시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D양과, B씨와 C씨는 E양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어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당시 D양 등은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등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성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에 따라 A씨 등 3명이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을 강간했다며 준강간과 특수준강간 등 관련 법을 적용해 기소했다.재판부는 “피고인 3명이 피해자들과 성관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이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에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폭행, 협박이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위력 등이 없었는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측이 이들을 기소하면서 제시한 공소사실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술에 취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는 피해자들을 간음했다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통해 확인되는 상태와 언동에서 성관계 당시 피해자들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표시할 정도의 의식과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이어 “판단 능력이 없었다거나 평소에 비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이 술을 마신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알코올이 기억 형성의 실패를 야기한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에 놓여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에 불복해 즉각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